정치 대통령실

손정의 文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재계와는 日 보복 놓고 깊숙한 논의

[文대통령, 손정의 회장 접견]

孫 "유니콘 탄생엔 투자가 중요

AI 한번에 따라잡는 접근 필요"

文과 혁신벤처·신재생 등 논의

재계 회동선 4차산업 협업논의

삼성·현대차 등 비전펀드 참여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왼쪽)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왼쪽)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인공지능(AI) 분야의 인재 확보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투자를 당부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정책·투자·예산 등 AI 분야의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 “첫째도 브로드밴드,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라며 초고속인터넷의 중요성을 역설했듯이 문 대통령에게는 AI 분야 육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손 회장의 조언에 따라 초고속인터넷의 전국 상용화에 주력해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문 대통령을 만난 손 회장은 이날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유니콘 탄생을 위한 투자는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고언했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 젊은 창업자에 대한 투자,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 등을 요청했고 이에 손 회장은 흔쾌히 “그러겠다(I will)”고 답했다. 손 회장은 이어 “한국이 인공지능 후발국이나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 한국도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의 손 회장 접견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 시절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과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등 에너지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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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청와대 방문을 마친 후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재계 총수들과 1시간가량 만찬을 진행하며 AI·자율주행 등과 최근 극단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등이 함께했다. 손 회장과 각별한 사이인 이 부회장은 이날도 만찬에 앞서 서울 시내 모처에서 손회장과 회동한 후 같은 차로 만찬장인 가구박물관에 도착했다.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은 단독회동과 이동 과정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손 회장은 AI와 일본의 경제제재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AI의 경우 향후 한국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공동투자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소프트뱅크가 준비하고 있는 제2 비전펀드에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손 회장이 제2의 비전펀드를 통해 AI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모임에는 손 회장뿐 아니라 비전펀드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손 회장과 비전펀드 관계자들이 재계 총수들에게 향후 비전펀드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2017년 조성한 비전펀드 1호에는 애플·폭스콘·퀄컴·샤프 등 주요 기술 기업들이 참여한 바 있다. 비전펀드 1호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반도체 설계회사 ‘엔비디아’,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 로봇개발회사 ‘브레인코프’,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나우토’ 등에 투자했다.

아울러 이날 손 회장과 재계 총수들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책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손 회장은 총수들을 만나고 나오면서 “(일본 제재와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손 회장이 양국 재계는 물론 정계에도 영향력이 큰 인물인 만큼 총수들이 최근 벌어지는 사태에 대해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지윤·고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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