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관점] "공시 장수생일수록 우유부단…더 늦기 전에 결단 독려하죠"

■ 공시생 진로전환 '웰센터'

공시경험 상담사 배치로 '공감' 끌어내

멘토링과 취업지원, 면접용 양복대여도

노량진 공시생의 취업을 지원하는 웰센터의 지선영 상담사가 진로 전환 상담을 하고 있다.    지씨는 3년 동안 노량진에서 공시 공부를 하다 지난해 11월 진로를 바꿨다. /권구찬기자노량진 공시생의 취업을 지원하는 웰센터의 지선영 상담사가 진로 전환 상담을 하고 있다. 지씨는 3년 동안 노량진에서 공시 공부를 하다 지난해 11월 진로를 바꿨다. /권구찬기자






공무원시험 학원들이 즐비한 노량진에는 이색지대가 있다. 공시를 준비하는 청년의 진로 전환을 돕는 웰(WEL)센터가 그곳이다. 국내 최대 공시촌을 관할하는 동작구의 이색 실험이 화제다. 동작구는 올 4월부터 공시생을 대상으로 새로운 진로 모색을 유도하는 ‘공시족 탈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지역 특성을 살린 맞춤형 취업지원 센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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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센터의 웰은 ‘일 경험을 배운다(Work Experience Learning)’는 의미다. 공시생의 대부분이 민간 취업 준비가 부족하고 스펙도 쌓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해 일 경험을 제공해 경제활동인구로 유도한다는 취지다. 동작구는 지난해 1년 동안 노량진 학원가 주변 스터디 카페 5곳에 부스를 설치하고 취업상담을 벌이다 올봄 아예 2개 층 규모의 ‘청년일자리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진로 전환한 공시생은 15명. 유재천 동작구 일자리정책 과장은 “올해는 두 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상담과 적성검사, 일 경험 멘토링을 통해 진로에 대해 조언한다. 국비 직업훈련 과정과 연계한 취업지원 체계와 면접용 양복도 준비돼 있다.

센터 전담 상담사 지선영(29)씨는 3년간 노량진 공시생활을 접고 새 인생을 도모한 케이스다. 그는 센터의 위탁관리를 맡은 사단법인 ‘ESC상생포럼’에 지난해 말 취업했다. 그의 1차 임무는 오랜 공시 준비에 심신이 지친 청춘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교감하는 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새 진로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낙방하면 진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4회 이상 응시한 ‘장수생’일수록 우유부단한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공시 10수생과 심리치료까지 받은 청년을 상담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공감을 이끌어낸다고 설명했다. “장수생에게는 공시 저 너머의 세상이 무섭다고 해서 결단을 미루지 말라고 독려합니다. 저 역시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렸죠.”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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