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Biz이슈&] 미래 대응 못한 차업계 '생존 다이어트'

■車산업 '대규모 구조조정' 돌입

친환경 수요 커지는데 디젤車 집착

재고 폭탄에 할인 '출혈경쟁'

판매 부진해 공장가동 중단도

부품사는 조직개편·인력감축 나서

0515A14 자동차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들과 부품사가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판매 부진에 공장 문을 잠시 닫는가 하면 해외사업자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미·중 무역분쟁에 글로벌 수요감소도 원인이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친환경·자율주행차로 대변되는 미래 산업의 변화에 완성차업체들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4일 자동차업계에 르노삼성차와 쌍용차(003620), 한국GM이 최근 차 가격을 400만~500만원 가량 할인하는 파격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판매가격이 보통 5,000만원 이상인 수입자동차업계에선 500만원(약 10%) 가량 차량 가격을 깎아주는 프로모션은 흔하다. 하지만 2,000만~3,000만원 대의 차를 팔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차 가격의 20%에 달하는 500만원 할인행사를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파격 행사에 앞장선 곳은 쌍용차다. 이달 베스트셀링 모델 티볼리를 최대 547만원을 할인하는 행사에 돌입했다. 쌍용차의 할인 배경은 넘쳐나는 재고다. 수출이 줄어든데 이어 국내 판매도 예상보다 호전되지 않았다. 재고가 쌓이자 쌍용차는 평택 공장을 4일간 문을 닫는 조치에 들어갔다.


쌍용차가 파격 할인에 들어가자 경쟁사들도 맞불을 놓으면 치킨게임 양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이달 QM3를 최대 475만원, 인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6를 417만원 가량 할인하는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한국GM의 브랜드 쉐보레도 대형차 임팔라를 최대 420만 원에 달하는 구매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을 이달 진행하며 완성차 3사가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일명 ‘르쌍쉐’로 불리는 외국계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파격 할인은 올 상반기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 주요 시장의 수출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5월까지 전 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요는 3,732만대로 6.7% 감소했다. 특히 신흥국 시장이 포함된 기타시장(-8.5%)와 유럽(-2.0%), 미국(-2.4%) 등 우리 완성차 업체들의 주요 수출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르노삼성과 쌍용차, 한국GM의 주요 수출모델이 노후화하면서 해외 판매에 더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유럽은 2021년부터 배출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디젤차의 수요가 급감하는 중이다. 디젤게이트가 터진 2015년 신차 판매 가운데 디젤 엔진의 비중이 52%에 달했는데 지난해 32%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유럽에 파는 QM6의 주력 모델이 디젤이다. 쌍용차도 유럽지역에 수출하는 티볼리의 40%가량이 디젤 엔진을 달았다. 쌍용차는 특히 이란에도 차를 수출하고 있었는데 서방 국가들이 경제 제재를 하면서 이 수출길마저 막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요 지역 자동차 시장마저 내리막을 걷는 것이다. 상반기 르노삼성은 수출이 42%, 쌍용차는 20.7%, 쉐보레는 4% 감소했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파격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치킨게임이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완성차 3사 모두 이익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도 보고 있다.

구조조정에 돌입한 만도도 시장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도는 2017년 중국이 현지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사드 보복을 하자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부진한 중국에 집중하다 결국 브레이크 사업 등 전통사업을 구조조정하는 수순에 들었다. 자율주행의 일종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이 팽창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에서야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이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차 사업을 키우려면 관련 전문 인력으로 조직을 바꿔야 한다”며 “만도는 이제 서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미래 차 조직으로 쇄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 자동차·부품산업의 구조조정이 친환경·자율주행에 맞춰 각국 규제와 시장 수요가 변하는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대가를 결국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차로 가는 시장 변화를 제대로 보고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2021년 유럽에서 환경규제가 더 강화되면 내연기관 수요는 더 줄어들고, 팔더라도 배출가스에 따른 벌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