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연대도 아닌데 정부의 에너지 계획이 넘쳐납니다. 이는 민간 기업을 제한하기 때문에 권고나 제안·백서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4일 서울경제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효율 혁신전략’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11차 에너지전략포럼 토론과 애프터 티타임 세션에서는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에너지 설비 확충이 크게 필요해 에너지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포화상태에 다다른 게 아니냐”며 “이제는 정부에서 에너지 계획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비전 정도만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도 “정부가 에너지 계획을 세워도 발전설비가 들어설 지자체가 반대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에너지 계획도 지자체에서 설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원전 정책 등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을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에너지 정책이 너무 정치화 돼버렸다”며 “탈핵·탈원전만 얘기하면 가짜 뉴스가 돼버린다. 정치적 구호에 매몰된 에너지 정책은 자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에너지 수요를 너무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앞으로 나오는 새로운 산업, 전기차, 전기 난방, 전기 건조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소비와 연결된 구조에서 경제 성장이 전력 소비와 탈동조화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성장률 둔화와 에너지 수요 관리 등에 따라 오는 2040년 총 전력수요를 현재 대비 19% 줄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35%까지 늘리기로 한 정부의 정책도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인수 가천대 교수는 “산 면적이 70%인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발굴할 수 있겠느냐”며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은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우리나라 국토환경, 자연환경에서는 태양광 이외의 에너지원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용훈 교수는 “태양광과 풍력을 더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2030년까지 3,410만톤의 온실가스 추가 감축을 해야 하는데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했더라면 넉넉히 감축 가능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페널티 중심의 에너지 수요 정책에서 인센티브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 관리를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인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버금가는 다양한 수요관리 정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에너지 효율 향상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정책이 규제로 이뤄진 탓”이라며 “기업의 적극적인 에너지 절감을 이끌어내려면 혜택과 페널티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