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로터리] 협력과 연대 그리고 농촌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지난달 전북 무주의 덕유산 일대에서 산골영화제가 열렸다. 인구 2만5,000명의 작은 동네에 전국에서 3만명이 몰려와 5일간 100여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달빛이 은은히 내리는 산골 마을 잔디밭에서 반딧불과 함께 좋은 영화, 그리고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이 영화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것은 무주 주민들이다. 이들은 영화제를 마을축제의 계기로 삼아 지역 먹거리를 만들어 팔거나 농산물·수공예품을 전시·판매하고 체험행사도 다채롭게 열었다. 소득도 올리고 지역도 소개하고 문화행사의 즐거움도 있는 시간이었다.

야외에서 행사를 구경하다 더위에 지치면 실내 영화관을 찾으면 된다. 작지만 최신 시설을 갖춘 영화관이 있는데 평소에는 최신 영화를 상영한다. 이런 영화관이 무주 말고도 전국 곳곳에 있는 것은 바로 문화서비스가 부족한 농어촌에서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기대수익률이 낮아 대형 영화관이 들어오기 어려운 농촌에서 그동안 영화는 이벤트처럼 하루 날을 잡고 보러 가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농촌에서도 문화서비스를 쉽고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영리보다는 도농 간의 문화격차 해소를 지향하는 사회적 경제의 힘이다.


충남 홍성 홍동면에는 맥줏집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마저도 경영이 어려워 폐업 위기에 놓였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풀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기 마련인데 그럴만한 장소가 없어진다는 점을 안타까워한 단골손님들이 뭉쳤다. 마을 주민들이 출자해 자금을 마련하고 가게 운영은 서로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다. 어른들의 사랑방이 된 이 맥줏집을 주민들이 협력해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한 만화방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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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과소화·고령화되다 보니 생활서비스와 사회서비스가 도시에 비해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도 농촌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주민 삶의 구석구석까지 정책의 손길이 닿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주민들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 부족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도 올리는 주민들의 자발적 시도를 응원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아이디어를 가진 주민이 마을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산한 물건의 판로 개척을 돕고 있다.

살면서 느꼈던 불편함을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보려는 노력은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지만 주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사회적 경제활동과 이들이 만든 상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다. 오늘부터 7월7일까지 3일간 대전에서 열리는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다. 이번주 말 박람회를 찾아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가치를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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