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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대멸종 연대기]환경파괴가 부른 '여섯번째 대멸종' 인류를 겨냥하다

■피터 브래넌 지음, 흐름출판 펴냄

지구 역사상 다섯번의 대멸종

소행성 아닌 기후변화가 원인

운좋게 살아남아 발전한 인류

매년 화산의 100배 CO2 배출

여섯번째 대멸종 현재 진행형

"인간의 생산·소비방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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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떠올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흔한 대멸종의 원인은 소행성 충돌이다. 거대한 쓰나미와 함께 땅이 갈라지고, 화산이 폭발하고, 지표면 위 생물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가장 상상하기 쉬운 대멸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대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이 아닌 기후 변화가 지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다섯 가지 대멸종을 촉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신간 ‘대멸종 연대기’의 저자 피터 브래넌 역시 대멸종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를 꼽는다. 지구가 경험한 다섯 번의 대멸종은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그 중심에 이산화탄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화산 폭발 등으로 갑자기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와 해양으로 주입되는 사건은 결국 생명체의 멸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지구가 지금까지 겪은 대멸종을 세계적인 고생물학자들과 함께 구석구석 살펴본다. 지구 역사에는 약 86%의 동물 종이 사라졌던 오르도비스기 말과 데본기 후기(75% 멸종), 페름기 말(96% 멸종), 트라이아스기 말 (80% 멸종), 백악기 말(76% 멸종) 등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모든 대멸종이 파괴적이었지만 그 중 페름기 말 대멸종은 96%의 종이 사라졌기 때문에 최악의 대멸종이라고 여겨진다. 페름기 말 대기는 화산 가스로 뒤덮였다. 이산화탄소 방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풍화작용이 증가했고, 바다가 산성화되고 따뜻해지기 시작하면서 지구 온도가 모든 생물군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저자는 페름기 말 대멸종을 설명하며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 인근 사막과 과달루페 산맥을 방문해 페름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유적지도 함께 살펴본다. 삼엽충과 갯나리류, 완족류, 포유류형 파충류 등 페름기에 존재했던 생물군들과 함께 페름기에 대륙들이 이동하고 결합하여 생겨난 판게아(Pangaea)라는 초대륙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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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 용어가 가득하지만 저자와 함께 대멸종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대멸종의 과정이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3년여의 추적과 연구 끝에 책을 완성했다. 가장 최신의 연구 결과를 다양하게 담은 만큼 ‘사이언스’를 포함한 저명한 과학매거진들,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 등 유력 매체, 세계적 과학저널리스트 등의 찬사를 받았다. 환경 재난 분야 아마존닷컴 분야 1위, 2017년 포브스 선정 베스트북 10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다섯 번의 대멸종을 지나 현재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다. 약 100년 전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지질시대를 과학자들은 ‘인류세’라 부른다. 인류세의 대멸종은 인류의 환경 파괴가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는 해마다 화산보다 100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이는 지구 온도조절장치가 암석 풍화와 해양 순환을 통해 따라잡는 능력을 한참 추월한다’고 지적한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도 생물 멸종이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되면서 전체 동·식물 종의 8분의 1인 100만 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탄소를 흡수하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될 숲은 2000년 이후 해마다 650만 헥타르씩 사라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산림 면적에 해당하는 크기다.

저자는 운 좋게도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고도 지구가 살아남았기에 인류가 발전했지만 인류의 지나친 자신감이 파괴적인 효과를 일으킬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크루즈캠퍼스의 우주론자 앤서니 아기레의 말을 전하며 우리가 앞으로 행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우주론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문명과 함께 어쩌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자멸하든가, 그러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든 근처 행성들로, 다음에는 멀리 떨어진 행성들로 도달하는 식으로 은하계 구석구석까지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더 이상의 생물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인간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린다. 2만2,000원.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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