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서울시장 자리를 지켜 온 박원순(사진) 시장이 3번째 임기의 첫해를 보낸 소회를 밝혔다. 대표 잠룡으로 꼽히는 박 시장은 ‘더 큰 권한’이란 단어를 통해 대권 도전에 대한 의중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민선 5기가 정상화, 6기가 차별화의 시기였다면 7기는 표준화의 시기이고 남은 3년간 결실을 거둬야 한다”며 “지난 8년을 회고하면 한 마디로 시민의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운동을 할 때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도 사람도 권한도 없었다”며 회상한 뒤 “지금도 전지전능하지는 않고 매일 밤 시립 조폐창을 만들어서 돈을 찍어내는 꿈을 꾸곤 하지만 그래도 35조원이 되는 예산과 산하기관까지 하면 4만6,000명의 훌륭한 인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여전히 좀 더 큰 권한에 목마르지만 이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또 서울의 미래를 개척해내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며 대권 출마 의사도 시사했다.
‘잠룡으로 평가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박 시장은 “이른바 대권, 대선, 대통령이라는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며 “강력한 리더를 원하는 풍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는 한 사람이 모두를 이끌고 가는 시대는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박 시장은 즉답을 피했지만 재차 묻자 “구태여 답한다면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이순신 장군께선 12척의 배가 있다고 하셨는데 제게 앞으로 남은 3년은 아직 긴 시간”이라면서 “그러나 더는 서울시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집중하고 정리해서 결실을 거둬야 하는 시기”라며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