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필자는 한중 공동연구를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연구자로서 중국 쪽 백두산인 장백산 천문봉에 올랐다. 1주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백두산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지질조사를 했다.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지구물리 탐사 등 다양한 탐사법이 필요했지만 현장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암석·탄화목·온천수 등 가능한 연구를 위한 시료를 채취하는 데 그쳤다. 남북관계가 좋아져 장백산이 아닌 백두산에서 보다 자유롭게 조사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조사기간 내내 생각했다.
국회는 지난 6월26일 백두산 화산연구 컨퍼런스를 개최했으며 이에 앞서 4월에는 공청회도 열었다. 국회·정부·과학계에서도 백두산 화산 연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어떤 상태일까. 만약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백두산 화산 연구현황은 어떨까.
백두산에서는 지난 2002~2005년 3,000여회에 달하는 천지 호수 직하(直下)지진이 발생했다. 온천 수온이 상승하고, 이산화탄소가 다량 방출됐으며 천지 주심으로 약 10㎝ 지형이 부풀어 오르는 등 화산 전조현상도 보여 화산재해 가능성이 제기됐다. 백두산은 지질학적으로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화산 감시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연구를 위한 장비, 과학기술 전문 인력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서기 946년 백두산 화산분화시 방출된 에너지를 약 840경 줄(joule)로 보고 있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4배를 넘는 규모이다. 어떤 학자는 백두산이 다시 분화할 경우 2010년 유럽을 화산재로 뒤덮은 아이슬란드 분화의 수백 배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은 북한·영국·미국 등이 참여하는 백두산연구그룹(MPGG)이 천지에서 대흥단까지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KIGAM은 백두산 화산마그마 연구그룹, MPGG 소속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과의 공동연구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내년부터 예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창의형 기본사업으로 백두산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남북 공동연구가 가시화될 경우 대형 국가 연구개발(R&D)사업으로 확장해 백두산 천지 하부에 있는 마그마방의 숨소리까지 읽어내는, 인류 과학기술 한계에 도전하는 웅대한 연구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지난주 말 판문점에서 남한과 북한, 미국의 정상들이 만난 후 북한 문제가 다시 화해 분위기로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약 1,000년 전 큰 규모로 분화했던 백두산 화산 연구는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대형 재난을 대비하는 의미가 크다. 그러나 과학적으로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지각구조를 파악하고, 마그마 연구를 통한 지구와 생명의 원리까지 연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