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7일 오전(현지시간) 조기 총선에 돌입했다. 당초 10월로 예정됐던 이번 총선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와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3개월 가량 당겼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에 비춰볼 때 이번 총선에서도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재현돼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서 중도우파인 신민주당(신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투표가 시작되기 전 트윗을 통해 “우리는 첫 시각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과 의지를 갖고 전투를 치를 것이다. 투표 용지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까닭에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적었다.
그는 그리스 채무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15년 초 변방에 머물던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이끌고 그리스 역사상 최초의 총리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재임 기간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 등 일련의 긴축 정책을 밀어붙여 중산층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막판 뒤집기를 위한 그의 안간힘에도 이번 총선에서 시리자의 참패 가능성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리자의 예상 의석 수는 70~82석으로 현행 144석에서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전 장관이 이끄는 신민당은 단독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 확보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 신민당의 예상 의석 수는 151~165석으로 추산됐다.
예상대로 신민당이 승리할 경우 정치 명문가 출신의 미초타키스 대표가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보수파의 거두로 1990∼1993년 총리를 지낸 콘스탄티노스 미초타키스 전 총리의 아들인 그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국제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 컨설턴트 등 은행가로 일하다가 부친의 뒤를 이어 정치에 뛰어들었다.
2013∼2015년 안토니스 사마라스 내각에서 개혁행정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공공 부문 일자리를 대폭 삭감한 전력을 지닌 그는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 세금 인하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지지세를 불려왔다.
신민당의 과반 의석 확보 여부는 군소 정당의 성적표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긴축을 강요하는 국제채권단에 반발해 치프라스 내각의 첫 재무장관직을 내던진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가 긴축 반대와 경제 정의를 기치로 내걸고 창설한 범유럽 정당 ‘MeRA25’, 전직 언론인이 설립한 극우·친러시아 성향의 신생정당 ‘그리스 해법’ 등이 원내 진출에 필요한 하한선인 3% 득표율 달성을 노리고 있다.
투표율도 선거 결과의 변수로 꼽힌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투표 대신에 해변 나들이를 선택하지 않을까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