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일본 배워서 일본을 이기자] 多能보다 한 분야서 1등 기술 확보

■니치톱 전략

특정분야 선택 최고기업으로 키워

스마트폰 가공기계 등 시장 선도

‘다능은 군자의 수치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 ‘화낙’의 회의실에는 이 같은 문구가 걸려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다른 기업과는 달리 로봇에만 집중한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 때문에 화낙은 작은 연못에서 큰 잉어를 낚는다는 ‘니치톱’ 전략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사내벤처로 출발해 지난 1972년 후지쓰로부터 분사한 화낙은 컴퓨터수치제어(CNC) 공작기계에 천착했고 현재는 스마트폰 가공 기계 산업의 80%를 점유한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렇다 보니 주요 고객은 애플과 삼성전자다. 애플과 폭스콘은 한 대당 1억원에 달하는 화낙의 절삭로봇을 10만대, 삼성전자는 2만대가량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대지진으로 무너질 뻔한 일본 경제를 뒷받침한 것 역시 니치톱 전략을 구사하는 일본의 강소기업이었다. 물론 대지진 이후 각국이 일본으로부터의 기계와 부품·소재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펼쳤지만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제품의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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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시장 공략에 나서는 일본 기업들의 지원은 정부가 맡았다. 일본 정부는 2014년 ‘글로벌 니치톱 100(GNT 100)’ 정책을 발표하고 기업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일경상학회는 “한국의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달리 일본의 글로벌 니치톱 100은 특정 분야를 선택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 담긴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강소기업 전략인 ‘월드클래스 300’ 정책은 선정기업의 분야가 제각각이고, 한번에 100개 기업을 선정한 일본과 달리 8년여에 걸쳐 300개 기업을 선정하고 지원하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본만큼 지역 생산기반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무리하게 일본을 따라 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시장이 크지 않더라도 필수적이며 자신의 장점이 발휘되고 유지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개척해나가는 것은 기술력이 어느 정도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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