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조선·해양 수주전에서 삼성중공업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빅3’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지만 상반기 수주실적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발주 부진에도 선전했다. 규모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심사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못한 상황을 파고든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노바테크의 ‘ARCTIC(북극) LNG-2’ 프로젝트에 쓰일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6월 말까지 삼성중공업은 32억달러를 수주해 빅3 중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규모 면에서는 3사 중 가장 작은 만큼 두드러진 성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25억달러 수주)보다 28% 더 높은 실적이다. 선종도 LNG 운반선 10척, 원유 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 등으로 다양하다.
규모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약 30억달러 수주로 주춤하고 있다. 올해 목표인 약 178억달러의 16.8%에 그쳤다. 아직 지난달 수주한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초 목표와는 큰 차이가 나는 게 분명한 상황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목표(83억7,000만달러)의 33.2%인 27억8,000만달러의 일감을 따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수주 부진을 각국 기업결합심사를 앞둔 탓에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지 못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대우조선과 결합하면 전체 시장 점유율이 21%를 넘고 LNG 운반선의 경우 60%를 웃돌기 때문에 각국 경쟁 당국이 점유율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수주가 주춤한 데 대해 “지난해 확보한 수주잔량을 바탕으로 LNG선 등 분야에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손꼽히는 대형 프로젝트인 ‘ARCTIC(북극) LNG-2’에서도 수주가 유력하다. 러시아 즈베즈다조선소가 발주한 쇄빙 LNG선 17척을 공동설계·제작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조선 3사와 중국의 후둥중화조선이 입찰한 가운데 삼성중공업의 단독수주가 확실시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척당 1억9,500만달러에 달하는 LNG선 가격에 17척을 단순 계산하면 33억1,500만달러에 이른다. 즈베즈다조선소와 공동작업하는 방식을 감안해도 큰 규모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당초 삼성중공업은 쇄빙 LNG선 건조실적을 갖고 있는 대우조선이나 규모가 큰 현대중공업보다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역전극을 이뤄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4월 1조1,000억원 규모의 FPSO 등 회사가 공을 들인 프로젝트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회사 내에서도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중공업은 스위스의 초대형 해운선사인 MSC로부터 2017년 9월 수주한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중 1척을 완성해 6일 출항시켰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 가운데 가장 큰 선박이다. 길이 400m, 폭 61.5m, 높이 33.2m로 20피트 컨테이너 2만3,756개를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다. 20피트 컨테이너 1개 길이는 약 6.1m로 2만3,756개를 한 줄로 연결하면 145㎞에 이른다.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2015년 일본 MOL로부터 2만1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당시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시대를 열며 지금까지 컨테이너선 대형화를 주도해왔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중 나올 2만TEU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에도 적극 참여해 메가 컨테이너선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