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인도법(송환법) 개정 중단에도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9일(현지시간) ‘개정안 사망’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위대가 요구하는 법안의 완전한 철회를 밝힌 것은 아니어서 시위대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람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은 완전히 실패했다. 법안은 죽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해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를 판단할 ‘경찰불만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무런 조건 없이 학생들과 ‘열린 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람 장관은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달 15일 인도법 개정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개정안이 (입법회 회기가 끝나는) 2020년 7월에는 사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는 “사망할 것”이라는 표현이 “사망했다”로 바뀌었다.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국 혼란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민심 수습을 위해 공개적으로 ‘법안 사망’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람 장관의 발언은 ‘민심 달래기용’일 뿐 완전한 법안 철회를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거세다. 2014년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주도한 조슈아 웡은 이날 트위터에서 “법안이 죽었다는 주장은 홍콩인과 외신들을 향한 또 다른 우스꽝스러운 거짓말”이라며 “법안은 내년 7월까지 여전히 입법 프로그램에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예고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지난 2일로 예정됐던 커트 통 홍콩 주재 총영사의 이임식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이임사 발언 수위를 낮추라고 지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을 자극하고 무역전쟁 휴전에 탈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