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10년 이상 유지된 유가증권시장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호가가격단위 등을 개선하기로 했다. 9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하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주요 추진사업’을 설명하며 “호가가격단위 및 대량매매제도를 시장환경 변화에 맞게 개선해 거래비용을 줄이고 거래 편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의 호가단위는 1,000원 미만 주식 1원부터 50만원 이상 1,000원까지 7단계(코스닥은 5단계)로 이뤄져 있다. 지난 1998년 이후 저가주 일부 변경을 제외하면 20년 넘게 그대로인데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호가단위 조정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가격대와 유동성을 동시에 고려해 호가가격단위를 정하고 일본은 유동성이 높은 주요지수 편입종목에 대해서는 작은 호가가격단위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마지막으로 변경된 대량매매 제도 역시 최우선 매수·매도가의 중간값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미국 사례 등을 검토해 개선할 예정이다.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유가증권시장 상장폐지제도도 손 볼 계획이다. 현행 매출액과 시가총액 50억원을 기준으로 하는 퇴출 기준은 2002년과 2008년 설정됐는데 최근 3년간 이 기준에 못 미쳐 퇴출된 곳이 없다. 2009년 2월 도입된 실질심사제도 역시 개선기간이 최대 4년으로 지나치게 길어 부실기업이 장기간 시장에 방치될 수 있는 만큼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현행 문제점을 파악해 기준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의 적기 퇴출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1대1 재간접 ETF, 국내 리츠 ETF 등 다양한 투자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지원 기능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ESG채권 인증기준 마련 및 전용섹션 신설, ESG 관련 정보공개 확대, ESG 지수 다양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또 최근 시장교란 행위로 논란이 된 알고리즘 계좌를 통한 거래와 기업형 불공정거래 감시 기준을 강화하는 등 신종 불공정거래 대응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