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머나먼’ 中 난닝에서 “With China” “For China” 외친 장하성 [전문]

"한중 교류협력 패려다임 바꿔야" 주장

광시자치구 '한중 우호주간' 행사 개최

장하성(왼쪽) 주중 한국대사가 9일 광시좡족자치구 성도 난닝에서 천우 광시좡족자치구 주석과 회담한후 도자기 선물을 건네받으며 함께 웃고 있다. /최수문기자장하성(왼쪽) 주중 한국대사가 9일 광시좡족자치구 성도 난닝에서 천우 광시좡족자치구 주석과 회담한후 도자기 선물을 건네받으며 함께 웃고 있다. /최수문기자



“한중 관계 발전은 역사적 대세이자 큰 흐름이며 향후 양국 관계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9일 중국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 난닝(南寧)시를 방문해 광시대학 학생들에게 한 ‘함께 열어가는 평화와 번영의 한중 관계와 한반도’ 강연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1,000여명의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장 대사는 한중간에 활발한 교류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리는 한국에 대한 작은 평가 하나, 친구들에게 전하는 한국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하나가 모두 든든한 한중관계를 구축해가는 소중한 기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하성 대사는 이날 앞서 열린 ‘한중 우호주간’ 경제협력포럼 축사를 통해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방향으로 ‘메이드 위드 차이나(Made with China)’와 ‘메이드 포 차이나(Made for China)’ 등 두 가지 정의를 제시했다. 기존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뛰어넘자는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과 임대료를 이용해 만든 상품을 수출하는 가장 낮은 단계의 교류협력이라면 ‘위드 차이나’와 ‘포 차이나’는 한중 양국이 차세대 산업에서 협력하고 또 한국은 중국인 맞춤 제품을 만들어 중국과 한국이 서로 윈윈하자는 것이다.

장 대사는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모든 방면에서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다”며 “특히 전통적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관계의 발전은 양국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하지만 지금 중국 경제는 구조와 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이전과는 달라졌다. 급격히 변화하는 중국의 경제 상황 하에서 지금까지의 단순 수출 가공 위주의 ‘메이드 인 차이나’ 방식의 한중 경제 협력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그러면서 자신의 핵심 주장으로서 “주중 한국 대사이자, 오랜 시간 동안 애정을 갖고 중국 경제 발전을 관찰해온 학자로서 새로운 협력 모델의 두 가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드 차이나’에 대해 “현재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및 첨단제조업 발달은 한국과 중국이 서로 배우고 협력함으로써 세계의 4차 산업혁명을 함께 주도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포 차이나’에 대해서는 “중국의 구매력 상승과 지속적인 개방 확대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중국 소비 시장 진출 기회를 넓히고 중국 소비자와 기업들에게는 더 좋은 해외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유인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 대사는 지난 4월 부임 이후 한중 교류협력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줄곧 언급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 등을 포함해 중국의 기존 단순한 수출기지로서 역할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시장으로서의 중국이나 동등한 상대로서의 중국에 대해서는 개념 정립이 쉽지 않다. 여전히 관성적으로 중국은 세계에 내다 팔 물건을 만들기 위한 ‘한국의 공장’일 뿐이라 여기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장 대사가 일부러 중국 서남부의 광시광족자치구까지 내려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광시자치구가 중국 가운데서도 한국에서는 아주 먼 지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한중 교역액 가운데 광시자치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0.2%(약 7억3,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국과 좡시자치구의 교류는 사실상 시작점인 셈이다.

반면 광시자치구는 새롭게 떠오르는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차원에서 동남아와 교류를 확대하는 가운데 광시자치구가 바로 베트남 등 동남아와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장 대사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국의 신남방정책의 윈윈을 위해서는 광시자치구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교류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위드 차이나’와 ‘포 차이나’는 일단 자동차 분야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중 우호주간 행사의 마지막 날인 10일에는 중국의 5대 완성차 생산지 중 하나인 광시자치구 류저우(柳州)시에서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들과 중국 완성차 업체들 간의 상담회가 실시된다.

우선 한국 측으로서는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 협력업체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거꾸로 중국 자동차업체에 대해서 장 대사는 “한국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며 “중국의 주요한 자동차 생산거점인 광시자치구와 협력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협조를 바랬다.


한편 ‘한중 우호주간’은 지난 2003년부터 주중 한국대사관이 중국 성·시 등 지방정부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경제·문화 등 교류협력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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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닝(中광시)=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9일 난닝시 광시대학에서 한중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수문기자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9일 난닝시 광시대학에서 한중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수문기자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 19일 ‘한중 경제협력포럼’ 축사[전문]

존경하는 황쥔화 광시좡족자치구 부주석님, 내외 귀빈 여러분, 반갑습니다.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 장하성입니다. 오늘 한중 양국의 정부 관계자와 기업인 여러분들을 모시고 화남의 중요 거점지역인 이곳 광시에서 한중 경제협력포럼을 개최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후 모든 방면에서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특히 전통적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관계의 발전은 양국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교 이래 한중간 교육규모는 약 43배로 확대되어 중국은 한국에게 1위, 한국은 중국에게 3위 무역파트너이며 인적교류는 약 100배가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 경제는 구조와 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규모를 가진 거대한 소비 주체로 변모했습니다. 또한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전세계 혁신과 발전의 견인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급격히 변화하는 중국의 경제 상황 하에서 지금까지의 단순 수출가공 위주의 ‘Made in China’ 방식의 한중 경제협력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한중 양국은 ‘Made in China’를 넘어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마련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주중 한국대사이자, 오랜 시간 동안 애정을 가지고 중국경제 발전을 관찰해 온 학자로서 새로운 협력모델의 두 가지 방향성을 제시코자 합니다. 첫째는 ‘Made in China’를 넘어 ‘with China’를 향해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의 ICT 및 첨단제조업 발달은 한국과 중국이 서로 배우고 협력함으로써 세계의 4차 산업혁명을 함께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두번째는 ‘for China’입니다. 중국의 구매력 상승과 지속적인 개방 확대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중국 소비시장 진출 기회를 넓히고, 중국 소비자와 기업들에게는 더 좋은 해외 상품과 서비스를 찾고자 하는 유인을 증대시키고 있어 한중 양국 기업인들의 협력기회가 충분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과 광시좡족자치구 간의 새로운 경제협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광시가 중시하는 자동차 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은 한중간 새로운 경제협력 구축에 매우 적합한 산업입니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기업들은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으며 중국의 주요한 자동차 생산거점인 광시와 협력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희망합니다. 내일(10일) 류저우시에서 개최될 양국 자동차 기업간 협력 상담회는 한국과 광시의 자동차 산업협력의 토대를 마련할 중요한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광시는 풍부한 바이오 자원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 바이오·보건의료서비스와 ICT가 접목된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경험을 활용한다면 한중 양국은 새로운 산업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주역에 이인동심(二人同心)이면 기리단금(其利斷金)이라고 했습니다.두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그 예리함이 쇠도 능히 자른다는 뜻입니다. 저는 한중 양국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마련해 나간다면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 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끝으로 오늘 경제협력포럼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발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끝>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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