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발목잡는 의료계

"소비자 편익 제고위해 이뤄져야"

정부·보험사·시민단체 한목소리

의료계만 "정보 유출 우려" 반대

임시국회 개정안 통과 어려워져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방안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을 놓고 시민단체·보험업계와 의료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는 소비자 편익을, 의료계는 고객 의료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열린 ‘6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 통과의 기회를 맞았지만 빈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관한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르면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된다. 개정안 통과의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개정안에는 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는 과정을 없애고 대신 병원이 직접 전산시스템을 통해 보험사에 진료 내역을 전송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도 보험금 청구간소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한 후 2016년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가 나서 실무적인 추진에 나섰다. 일부 대형 병원과 개별적으로 청구간소화 시스템을 구축해온 보험사들도 법 통과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소액의 실손보험금까지 자동으로 청구돼 이른바 ‘낙전 수입’은 줄지만 종이서류 접수에 따른 인력·비용을 감축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보험소비자 편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소비자연맹·녹색소비자연대·서울YMCA 등 시민단체 9곳도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통해 소비자 편익을 제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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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의료계다. 의료계는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사 배만 불릴 것”이라며 개정안 통과에 부정적이다. 의료계는 보험사와 법적 관계가 없는 의료기관이 진료 정보를 보험사에 전송해줄 의무가 없을뿐더러, 민감한 진료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의료계는 5월 금융위 주도로 열린 실손의료보험 청구간소화 실무협의체 3차 회의에 불참하는 등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실손보험 가입자 3,400만명 중 32%만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은 청구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하기 때문인데 의료계가 발목을 잡는 것은 소비자 불편을 외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들 역시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병원과 보험사 사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제3 기관이 개입하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것은 ‘몽니’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와 시민단체는 20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도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시 논의하는 데만 2~3년이 걸려 소비자 불편이 이어진다며 우려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를 성공한 자동차보험처럼 실손보험도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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