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공동 개발한 도장작업 악취 제거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현대자동차가 관련 특허분쟁에서 중소기업에 최종 패소했다. 현대차(005380) 독자 특허의 진보성을 부정한 이번 결과가 ‘기술 탈취’ 여부를 따지는 민사소송 등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1일 현대차가 중소기업 BJC를 상대로 낸 특허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2004년부터 현대차 도장 공정에서 나오는 악취 정화 작업을 맡아온 BJC는 현대차와 함께 도장설비 악취 제거를 위한 미생물제와 이를 이용한 악취 제거 방법을 공동 개발했다. BJC와 현대차는 2006년 이 기술을 특허 등록하기도 했다.
그러던 2015년 현대차는 돌연 자기들이 독자적으로 새 미생물제 기술을 개발했다며 특허를 따로 등록하고 BJC과 계약을 중단했다. 이에 BJC는 “현대차가 우리 기술을 빼돌려 유사기술을 개발했다”며 2016년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현대차가 2013년부터 8차례나 핵심 자료를 요구하고 기술을 탈취했다는 것이었다.
1심 격인 특허심판원은 현대차 특허엔 선행기술 대비 진보성이 없다며 특허무효 결정을 내렸다. 2심 격인 특허법원 역시 “현대차 특허는 진보성이 부정되므로 등록을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며 “특허심판원의 결정은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기술 탈취’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민사소송 2심 역시 이번 특허분쟁의 원심 판단을 내린 특허법원 재판부가 함께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의 파급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2016년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는 “기술탈취가 인정된다”며 현대차에 3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지만, 현대차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BJC는 현대차를 상대로 하도급법,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은 현대차의 승소로 끝났다. 당초 현대차의 기술탈취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던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말 재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