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고 고급스러운 욕실과 ‘홈술족(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을 위한 미니바에다 방과 거실을 자유롭게 연결하고 다시 분할할 수 있는 가변형 벽까지.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지은 고급 단독주택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냥갑’이라고 불리며 획일화된 현대인의 삶을 상징해온 아파트의 최신 변화상이다.
날로 다양화하는 이른바 ‘개취(개인의 취향)’가 기성품 가운데서도 가장 덩치가 크고 값비싼 아파트의 모습까지 바꿔놓고 있다. 과거 분양상품의 입지나 가격만을 강조했던 건설사들은 다양한 특화설계안을 개발하는 한편 맞춤형 설계를 분양홍보의 핵심재료로 활용하는 추세다. 실제 맞춤형 설계를 적용한 단지들의 청약 성적은 우수하다. 롯데건설의 맞춤형 설계 ‘드림 라이프 패키지’가 적용된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롯데캐슬 클라시아’는 우수한 입지와 중도금대출이 가능한 분양가와 더불어 세심한 특화설계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면서 지난 5월 1순위 청약에 1만2,000명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나에게 집을 맞춘다”=자신에게 꼭 맞춘 집을 짓고 싶다는 로망을 품은 사람은 많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특히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비싼 땅값과 건설비용 때문에 맞춤형 집을 짓기가 더 어렵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 최근 다양한 특화설계 아파트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파트의 편리함을 취하면서도 개개인의 삶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려동물이나 반려식물과 살아가는 1인 가구,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은 부부,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집을 꾸미고 싶은 사람들까지, 타깃도 다양하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커먼라이프 역삼 트리하우스’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싱글족을 위한 맞춤형 평면을 선보였다. 공용공간에 반려동물 샤워실을 배치했으며 전용면적 16㎡에는 캣타워와 캣워크 역할을 하는 창틀 선반을 설치했다. 입주자에게는 풀옵션의 가구가 제공되며 각종 기구 렌털, 토요일 조식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롯데건설은 5월 서울 성북구에 분양한 ‘길음역 롯데캐슬 클라시아’에 홈가든과 확장형 욕실, 개인 미니 와인바 등을 설계한 ‘드림 라이프 패키지’를 선보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예 집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변형 아파트도 늘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으로 알려진 대림산업은 4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C2하우스’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C2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주방·화장실 등의 최소한의 내력벽 구조만 남겨둔 채 공간을 트거나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가변형 구조로 설계된다는 점이다. 방과 방 사이는 물론 거실과 방 사이의 벽체도 허물 수 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집에 나를 맞췄다면 이제는 집을 나에게 맞출 수 있게 됐다”며 “차별화된 맞춤형 설계를 통해 수요자들의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고 분양시장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 인테리어 더 쉽고 더 다양하게=홈 인테리어 시장은 트렌드에 따라 요동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패키지 상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특히 이 시장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기존 중소 인테리어 업체들이 문고리나 수전 하나하나 커스터마이징을 해오며 내세운 ‘취향 저격’ 전략에다 대량생산이라는 시스템을 결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만족도 높은 인테리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내 1위 가구 업체인 한샘이다. ‘토털 홈 인테리어’를 제안하는 이곳에서는 소비자의 생애주기 취향을 반영한 5~6개의 콘셉트를 제안하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부적 사항을 선택할 수 있는 리하우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아이가 없이 부부만 거주할 경우 모던 그레이 스타일을 기본으로 두되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라이트 그레이와 네이비·옐로 등의 색채를 더해 집안 전체를 꾸몄다. 두 자녀를 둔 부부를 가정한 패키지는 모던 내추럴 스타일로 원목 재질의 가구와 바닥재를 비롯해 아보카도와 라임 등 자연의 초록빛을 담은 플랜테리어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들 패키지는 마루와 벽지·창호는 물론 집 안을 채우는 각종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가전까지 모두 패키지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기존 인테리어 업체와의 상담 과정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골라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들에게 실패하지 않을 선택지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KCC의 홈씨씨인테리어는 인테리어 패키지 상품에 소비자가 개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오가닉과 소프트·트렌드 등 총 세 가지를 최근 선보였다. 이 패키지는 인테리어에 활용된 건자재의 컬러와 톤·패턴은 물론 소품까지 고려해 배치했다. KCC 관계자는 “그간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기존 패키지 스타일에 최신 국내외 인테리어 트렌드를 반영해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우수한 기술력이 반영된 창호 등 건자재에 친환경적 요소를 표현한 제품을 배치해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에스동서의 욕실 리모델링 전문 브랜드 이누스바스는 최소 22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리모델링 패키지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리모델링 옵션을 통으로 선택할 수 있는 30여개의 패키지는 그리드 패턴의 흑백 타일이 연출하는 극명한 대비로 도회적인 느낌을 주는 어반 그리드를 비롯해 질리지 않는 그레이톤의 타일로 중심을 잡아준 깔끔한 느낌의 스칸디 모던 등으로 다양하게 나뉘어 있어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고르기 좋다. 타일부터 수전·액세서리까지 모든 것을 내 뜻대로 커스터마이징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인 ‘내 마음대로’ 패키지는 욕실을 구성하는 필수옵션인 타일과 도기세트, 욕실장과 액세서리 등을 골라 취향을 한껏 살린 욕조 인테리어를 구현해준다. 욕조 또는 파티션으로 추가 옵션을 선택할 경우 다양한 디자인 수전, 선반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패키지는 사이트 내에서 소비자가 직접 고른 옵션에 따라 최종 가격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시공 후 모습을 3D 적용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박윤선·이수민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