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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Fun] 제대로 돌아온 '젊은 아빠'…'K7 프리미어' 패밀리 세단의 완성

■ 얼굴 바꾼 'K7 프리미어'로 달려본 1,100㎞

10년만에 '젊고 멋진' 이미지 완성

넓다 못해 광활한 실내공간도 장점

억제된 소음·진동에 부드러운 댐퍼

수입 고급세단 못잖은 승차감 보여

선명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도 시원

3~4단 변속시 늦은 반응은 옥의 티




1세대 K7은 신선했다. K7은 동생 K5(2010년 출시)가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 젊은 폭풍을 불러일으키기 전인 지난 2009년 나왔다. 그랜저TG가 국내 준대형 세단의 왕좌를 지키고 있었지만 큰아버지 차와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K7은 ‘젊은 아빠’의 느낌을 잘 살렸고 기아차(000270)는 확실히 젊은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싫어했던 모델은 2012년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된 K7이었다. 뭔가 뭉툭해졌다. 이 디자인은 앞에 나온 대형 세단 K9을 위한 밑그림이었는데 개인적으로 K7의 ‘멋짐’은 많이 희석됐다고 봤다.

2016년 2세대가 나왔다. 아우디 출신 피터 슈라이어의 손을 다시 거친 2세대 K7은 애초 1세대가 탄생했을 때 가진 젊고 멋진 느낌을 잘 살렸다. 찢어진 눈과 안으로 움푹 패인 그릴은 파격적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기아차가 의도했던 ‘카리스마’의 외형이 잘 살아났다. 개인적으로는 각진 고래 형태라 선호하지는 않았다.

K7 프리미어는 디자인 감성을 10년이 된 이제야 제대로 ‘젊고 멋진’ 이미지로 완성했다. 페이스리프트된 K7 프리미어를 전면에서 보면 많은 차가 지나간다. 모든 완성차 업체들은 서로 디자인의 요소를 잘 차용한다. K7 프리미어에선 정확히 두 차가 떠올랐다. BMW 7시리즈와 마세라티다. 페이스리프트된 7시리즈처럼 그릴이 높고 커졌는데 마세라티의 알피에르 콘셉트처럼 안으로 패였다. 마냥 날카롭게만 찢어졌던 눈은 쌍꺼풀 수술이라도 한 것처럼 정리됐다. 일부에서는 과감한 디자인을 내지르는 최신 현대차에 불만을 품고 이번 K7에 ‘눈이 정화된다’고 말할 정도다. 후면 헤드라이트가 가로로 지나가는 크롬 밑에서 위로 올라갔다. 그래서 옆과 뒤를 지나가면 BMW 6GT처럼 세단 형태 크로스오버차의 느낌도 든다. 실제로 실내에 앉으면 더 그렇다. 앞뿐 아니라 뒷좌석 공간이 대형 세단이 아닌데도 넓다 못해 광활하다.


인테리어 역시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훌륭하다. 우레탄 소재를 잘 썼다. 큰 원형의 스티어링 휠 가운데도 가죽은 아니지만 고급스럽다. 우드 형태의 재료를 가로로 수놓은 센터페시아 양옆도 균형감을 줘 편안하다. 센터페시아는 블랙하이그로시 소재와 크롬 버튼으로 간결하게 뺐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에서 자주 쓰는 레이아웃이다. 가만히 앉아 보면 BMW처럼 센터페시아가 운전자를 향해 약간 기울어 있다. 가운데 있는 선명한 12.3인치 디스플레이는 시야가 트인 듯이 시원하다.





K7 프리미어, 새로운 파워트레인인 2.5 스마트스트림 가솔린을 전국 도심과 고속도로에서 약 1,100㎞ 탔다. 이 차를 정리하면 부드럽고 편안한 대형 세단이다. 실제로 운전하면서 준대형이 아닌 수입차 대형 세단 정도의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시동을 걸면 진동과 소음이 정말 잘 억제돼 있다. 스티어링 휠을 처음 움직이면 가볍게 잘 돌아간다. 이 큰 차를 돌릴 수 있을까 생각하지만 좁은 골목에서도 여유 있게 차를 움직이며 돌아다닐 수 있다. 3.0 모델(R-MDPS)과 달리 이 차는 컬럼식(C-MDPS) 스티어링 휠을 장착해 반응이 굼뜰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속도감응형 스티어링 휠은 속도계가 오를수록 탄탄해지며 반응도 함께 빨라진다. 다만 도심에서 완전히 멈췄다가 차선을 급변경할 때는 한 번씩 반응이 늦다.

실내 주차장 오르막과 내리막, 요철을 지날 때는 ‘정말 푹신하다’는 생각이 든다. ‘퉁’ 튈 것 같은데 ‘푹’ 들어갔다 올라온다. 시트는 엉덩이가 푹신하고 허리와 등은 탄탄해 장거리 주행을 해도 만족스럽다. 도심에서는 억제된 소음과 진동, 부드러운 댐퍼가 수입 고급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을 보장한다. 다만 고속에서는 푹신한 서스펜션이 단점이 됐다. 직진으로 쭉 진행하면 스티어링 휠이 단단해지며 고속에서 안정감이 있다. 하지만 차선을 빠르게 변경하거나 연속되는 불규칙한 도로를 만날 때 상하 운동이 길다. 도심의 편안한 승차감은 길이가 깊은 댐퍼가 유연하게 받아주는 감각이었다. 고속에서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면 부드럽게 수축한 댐퍼보다 빨리 스프링이 펴지며 노면을 잡은 느낌이다. 빠르지만 서스펜션의 상하 운동이 커 롤링이 느껴진다. 과격한 운전자와 동승하면 멀미를 경험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부드럽지만 노면, 타이어 소음이 다소 거칠게 들리기도 한다. 특히 실내공간이 커 바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큰 공간에서 더 증폭되는 것 같다. 다만 앞뒤 이중접합유리를 쓴 덕에 풍절음은 잘 억제됐다.



K7은 멋진 외모에 최고 수준의 편의사양, 편안한 승차감을 보장하는 데 집중한 패밀리 세단이다. 가끔 이 차가 주는 젊은 감각을 의식해 거칠게 몰 수도 있다. 그런 운전은 해도 안 되고 추천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분들은 기아차가 잘 만들어놓은 스팅어를 사기 바란다. 간접분사(MPI)와 직접분사(GDI)를 혼용하는 스마트스트림 엔진도 성숙이 더 필요하다. 힘을 낼 때, 3단에서 4단으로 넘어갈 때 가끔 변속기의 반응이 늦고 필요 이상으로 엔진회전수(RPM)가 오른다. 연료분사 방식을 변경하며 생기는 현상 같다. 이 부분은 향후 소프트웨어로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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