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주거침입 性범죄 年 300건...불안한 자취女

혼자사는 여성 노린 범죄 늘지만

심각성 불구 사회적 인식은 부족

여성 57%가 "늘 불안안고 살아"

여성긴급전화 상담 작년 35만건

사회 불안 1순위로 범죄 꼽기도

수사 대응·처벌수위 등 개선돼야




한 남성이 원룸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다시 발생하는 등 자취 여성을 노린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벌어진 주거침입 성범죄 건수가 최근 3년 연속 300건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림동 ‘CCTV 동영상’ 공개 이전까지 관련 미수 사건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점을 감안할 때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더욱 많고, 양상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주거침입 강간, 주거침입 유사강간, 주거침입 강제추행, 주거침입 강간미수 등 주거침입 성범죄 건수는 2016년 342건, 2017년 305건, 지난해에는 301건으로 나타나는 등 최근 3년 연속 300건을 넘었다. 이중 주거침입 강간미수 등은 적발 건수가 2016년 40건, 2017년 26건, 2018년 45건에 불과해 수사 체계의 열외에 놓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게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인 가구가 590만7,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9.6%를 차지하며 이 중 여성 1인 가구는 그 중 절반인 49.3%(291만4,000가구)에 달한다. 이런 추세라면 주거 침입 성범죄에 노출된 자취 여성들의 숫자 역시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혼자 사는 여성에 대한 성범죄는 사회제도적 인식 미비 속에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 모녀가 사는 집에 침입해 성폭행을 시도하다 검거된 50대 남성이 “미수범이니 금방 출소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소개팅을 한 여성을 집 안까지 쫓아간 20대 남성이 입건되는 등 관련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편이다. 지난해 7월에는 동대문구에서 남성이 여성의 자취방에 들어가 잠자는 여성을 추행한 일이, 지난해 9월에는 경주에서 남성이 여성의 집에 침입해 여성의 얼굴을 때리고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한 사건이 각각 발생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혼자 사는 여성이 늘면서 범죄 불안을 우려하는 여성도 증가세다. 최근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성의 절반 이상인 57%가 범죄 발생에 대해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성들이 꼽은 지난해 한국 사회의 불안 요인도 범죄 발생(26.1%), 국가 안보(16.3%), 환경오염(14.3%) 순으로 범죄 발생에 대한 불안이 가장 컸다. 지난해 ‘여성긴급전화 1366’ 상담 건수는 35만2,269건으로 전년도보다 21.9% 늘었고 성폭력 상담 건수는 28.9% 증가했다.

실제로 자취 여성들은 최근 들어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대학원생 최선영(26·가명)씨는 “최근 불쾌한 일을 몇 번 겪고 자취생들이 살던 빌라에서 현관에 잠금장치가 있는 오피스텔로 이사했다”며 “빌라에서는 밤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거나 창문 밖을 서성이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하숙집에 거주하는 대학생 윤보영(24)씨도 “귀가하며 현관문을 닫을 때, 목욕을 할 때 등 집에 있는 모든 순간에 혹시나 치한이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며 “세상이 흉흉하니 주인이 관리하는 하숙집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현관 도어락 등이 존재하는 오피스텔 등이 자취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신촌 H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주거침입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최근 여대생들이나 자취 여성들이 가격이 비싸도 보안이 잘 된 오피스텔에 월세나 전세로 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며 “가격이 높아 비어 있던 방들도 최근에는 매물이 나오는 즉시 해소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침입 성범죄에 대한 수사기관과 사회 전반의 의식이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소장은 “그간 혼자 사는 여성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하면 사소한 일로 치부하거나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CCTV, 도어락 등 보안장비 기준이 강화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고 성범죄에 대한 단죄 수위와 전반적인 인식 수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