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의 상당수 노동법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시될 경우 기업들이 한동안 모호한 법 해석으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전문가들은 신고자를 특정하지 않고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다고 정한 규정 때문에 사내 문제도 외부인의 손에 의해 조치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 직장 내 상급자와 하급자 쌍방이 따돌림·모욕을 당했다고 주장할 경우 누구를 피해자로 특정할지에 대한 것도 난제로 꼽혔다. 기존에 이미 징계조치를 명시했던 기업들이 다시 한 번 이를 손봐야 되는지 여부도 쟁점 사항으로 분석됐다.
법무법인 바른의 이수용 노무사는 “해고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간단히 사규를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 불이익변경으로 전사동의를 받게 돼 있다”며 “이 때문에 ‘불이익변경을 꼭 해야 하느냐’는 불만 섞인 기업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급격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사업장별 특성을 고려해 ‘괴롭힘’에 대한 정의와 그 대응에 대한 자체 매뉴얼을 하루빨리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임원부터 팀장급 중간관리자, 저연차 직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대다수가 수긍할 만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전사적인 교육에 나서야만 상호 보복적인 신고가 줄고 법이 지향하는 직장 문화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었다.
법무법인 광장의 송현석 변호사는 “과연 신고를 접수됐을 때 잘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회사에 구비돼 있느냐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회사 차원에서 서로 간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문화 만들어가자는 정도의 담화문·권고문을 내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A대형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사업장마다 문제가 되는 괴롭힘의 유형이 다르니 근로자들과 이를 상의해보라는 게 법의 취지”라며 “세대를 아우르며 의견을 듣고 업무상 상당성·필요성이라는 대전제 아래 처리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