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범죄인인도법 개정안(송환법)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 사태에 압박을 느끼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 지도부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람 장관이 중국 지도부에 수차례 사임 의사를 나타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현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람 장관은 지난달 18일 송환법을 둘러싼 대규모 시위 사태 이후 “깊이 반성했다”는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홍콩 경제 발전과 시민들의 삶의 개선을 위해 또 다른 기회를 갖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사퇴설을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연일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람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자 이에 큰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는 이날도 10만명 이상의 시위대가 행진을 벌였으며 경찰의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거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람 장관 사임 말린 이유는
‘시민에 굴복’ 이미지 각인 땐
시진핑 리더십에 타격 불가피
홍콩 통제력 약화도 우려한 듯
중국 지도부는 람 장관의 사임 의사에 대해 “스스로 초래한 혼란을 직접 수습하라”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FT는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누구도 홍콩의 혼란을 수습할 수 없으며 아무도 그 일을 맡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중국이 람 장관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배경에는 민주세력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남기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람 장관의 사퇴 이후 행정장관이 새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보통선거 도입을 요구하는 운동이 뒤따를 수 있다고 홍콩의 정치평론가 류루이샤오는 분석했다.
이는 홍콩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송환법 사태를 계기로 홍콩 내 반중 정서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해 장관을 교체할 경우 시 주석의 홍콩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