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암호화폐 계획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마커스가 규제 관련 우려를 완전히 해소할 때까지 암호화폐 ‘리브라(libra)’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마커스는 16일로 예정된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 증언을 앞두고 사전에 제출한 발언에서 “페이스북은 규제 관련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적정한 승인을 받을 때까지 디지털 통화 리브라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커스는 또 리브라를 운영할 별도기구인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이 나라 규제기관의 감독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마커스는 그러면서 리브라가 미국의 돈세탁 방지 규제도 준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의 잇따른 페이스북 견제 발언이 강한 압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리브라가 불법적으로 이용될 잠재력이 있다며 우려했다. 므누신 장관은 페이스북의 가상화폐가 “돈세탁 업자나 테러리스트 자금관리인에 의해 잘못 이용될 수 있다”며 이는 “국가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미 의회는 이보다 더 일찌감치 리브라에 경고음을 보냈다. 리브라 도입이 가져올 파급력을 제대로 따져볼 때까지 이 계획을 중단할 것을 페이스북에 요청한 데 이어 상·하원이 잇따라 이번 주 청문회를 열고 리브라를 둘러싼 각종 우려에 대해 따져 물을 예정이다. 16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가, 17일에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가 예정돼 있는데 마커스가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생활 보호와 돈세탁, 소비자 보호,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 등에 대해 증언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CNN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의원들은 전 세계 금융 시스템과 결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를 암호화폐 운명을 결정하는 데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영국은 리브라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며 독자 노선을 걷는 모양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CNBC에 영국 정부가 리브라와 계속 관계를 이어가기로 결정했고 리브라를 중단하려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해먼드 장관은 적절히 규제를 받는다면 리브라는 “매우 긍정적인 것”이 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리브라)에 등을 돌리거나 이를 멈추려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페이스북이 은행이 되도록 요구하는 일은 정치가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규제 시스템에 따라 규제 당국자들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