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여는 수요일] 태산(泰山)이시다

- 김주대


경비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죄송한 마음에 나중에는 내가 화장실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치기만 하면 얼른 고개를 숙인 거라. 그래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우편함 배달물들을 2층 사무실까지 갖다 주기 시작하시데. 나대로는 또 그게 고맙고 해서 비 오는 날 뜨거운 물 부어 컵라면을 하나 갖다 드렸지 뭐. 그랬더니 글쎄 시골서 올라온 거라며 이튿날 자두를 한 보따리 갖다 주시는 게 아닌가. 하이고, 참말로 갈수록 태산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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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 참말로 이제 컵라면 하나로 안 되겠죠. 냄비에 제대로 라면을 끓여서 파 송송 계란 탁 넣어 드려야겠죠. 아저씨는 또 시골에서 왔다며 참외 한 소쿠리 내밀겠죠. 당신은 또 복날 뜨거운 삼계탕을 배달시켜 드리겠죠. 아저씨는 또 시골에서 왔다며 옥수수 한 상자를 안기겠죠. 당신은 또 출출한 야근에 피자를 한 판 시켜드리겠죠. 아저씨는 또 시골에 고구마를 캐러 가셔야겠죠. 오는 정에 가는 정 보태느라 갈수록 태산이겠죠. 그러다 허물이 툭 터지면 서로 찬물 한 잔만으로도 성찬이겠죠. 눈빛만 봐도 미소가 일겠죠. 그 미소를 본 이들이 이르겠죠. ‘사람 사이에 태산이 있다, 그 산에 오르고 싶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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