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아저씨가 먼저 인사를 건네셔서 죄송한 마음에 나중에는 내가 화장실에서든 어디서든 마주치기만 하면 얼른 고개를 숙인 거라. 그래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우편함 배달물들을 2층 사무실까지 갖다 주기 시작하시데. 나대로는 또 그게 고맙고 해서 비 오는 날 뜨거운 물 부어 컵라면을 하나 갖다 드렸지 뭐. 그랬더니 글쎄 시골서 올라온 거라며 이튿날 자두를 한 보따리 갖다 주시는 게 아닌가. 하이고, 참말로 갈수록 태산이시라.
하이고, 참말로 이제 컵라면 하나로 안 되겠죠. 냄비에 제대로 라면을 끓여서 파 송송 계란 탁 넣어 드려야겠죠. 아저씨는 또 시골에서 왔다며 참외 한 소쿠리 내밀겠죠. 당신은 또 복날 뜨거운 삼계탕을 배달시켜 드리겠죠. 아저씨는 또 시골에서 왔다며 옥수수 한 상자를 안기겠죠. 당신은 또 출출한 야근에 피자를 한 판 시켜드리겠죠. 아저씨는 또 시골에 고구마를 캐러 가셔야겠죠. 오는 정에 가는 정 보태느라 갈수록 태산이겠죠. 그러다 허물이 툭 터지면 서로 찬물 한 잔만으로도 성찬이겠죠. 눈빛만 봐도 미소가 일겠죠. 그 미소를 본 이들이 이르겠죠. ‘사람 사이에 태산이 있다, 그 산에 오르고 싶다.’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