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자본시장법은 ‘주식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로 취득한 재산을 몰수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산정할지는 명시하고 있지 않다. 시세변동에 피의자의 주가조작 외의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에서 추징이 선고되지 않아 범죄수익이 고스란히 시세조종범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여기에 더해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 힘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거나 최대 5억원 이하의 벌금형만 선고할 수 있다. 시세조종이 ‘남는 장사’처럼 여겨져 온 이유다.
주가를 조작해 거액을 챙기고도 액수를 계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한 푼’도 추징받지 않는 부조리를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 내 금융증권 전문검사TF ‘부당이득 산정 법제화’ 분과는 올해 1월 출범한 뒤 금융위원회·증권거래소·금융감독원과 함께 주가조작 범죄이익에 대한 구체적 산정 기준을 연구해 최근 초안을 마련했다. 기존 금감원에서 통용되던 차액설(총수입-총비용)을 기본으로 하되 △시세조종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사기적부정거래(허위사실 유포) 등 부당행위 유형별로 산정방식을 세분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가격변동분을 외부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려면 위반행위자가 이를 스스로 입증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간 “조작이 아닌 외부요인이나 제3의 요인으로 인해 시세가 변동된 것”이라는 주장은 부당행위자들이 늘 내세운 논리였다. 증권범죄가 집중되는 서울남부지검에서는 최근 5년간 불공정행위로 기소한 21건(74명)에 대해 이처럼 ‘이득금액 입증불가’를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 관계자는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환경범죄의 경우, 오염물질을 배출한 사업자가 입증 책임을 진다”며 “프랑스도 최근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범죄수익과 관련한 입증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는 게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가조작에 대한 유인을 막기 위해서도 범죄수익에 대한 제대로 된 환수가 시급하다는 게 수사당국 지적이다. 김민형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장은 “그간 정확한 시세조종 부당이득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몰수추징 가액이 ‘0원’으로 선고돼 검찰이 수사단계에서 이미 확보한 부동산이나 수표를 되돌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비춰봤을 때 지극히 부정의한 상황으로 입법 등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구체적인 부당이득 산정방식을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검찰은 부당이득 산정방식이 법제화되면 범죄수익 환수는 물론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소액주주들의 민사소송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