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가 보름 이상 계속되고 있지만 힘을 합쳐도 모자랄 정치권은 둘로 쪼개져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은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본이 그야말로 경제침략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똘똘 뭉쳐서 방어해야 하는데 야당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은 무릎 꿇고 일본의 의도대로 가라거나 외교적으로 해결하라는 추상적인 말 외에 아무 대책 없이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기존의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 명칭을 ‘침략특위’로 바꾸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고 한국당이 제안한 대일 특사 파견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당도 비방에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정책의원총회에서 “(정부가 일본) 통상보복에 대해 진지하고 치밀한 외교적 접근보다는 반일감정에만 편승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이를 앞장서고 있다”고 화살을 돌렸다. 김무성 의원은 “문(文) 정부가 지금처럼 대책 없는 반일감정팔이 발언을 쏟아내면 외교·안보로까지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도 “국민 불안감이 높아지는데 여당 의원은 의병을 일으켜야 한다 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임진왜란의) 12척의 배를 언급했으며 조국 수석은 동학혁명 당시 죽창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며 “선전이나 선동은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이날 일부 언론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는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 공동위원회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반영됐다’고 발표했던 사안’이라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관련 보도는 일본 기업 측의 주장과 동일한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한 언론은 “당시 민관 공동위가 7개월여 동안 수만쪽에 달하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한일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 3억달러에 강제징용 보상금이 포함됐다고 본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고 대변인은 “당시 민관 공동위는 ‘한일 청구권협정은 한일 양국 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일 뿐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이 언론이 민관 공동위 보도자료 일부 내용만 왜곡, 발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로 이를 존중하는 것이 어느 나라건 기본”이라는 입장이었다.
한편 국회 상황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이번 임시국회 중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야 대립이 첨예해 심사를 위한 물리적 시간 자체가 촉박해 7월 임시국회 소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표결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이미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나 야당의 무리한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반해 나 원내대표는 “여당은 계속해서 민의의 정당을 정경두 방탄국회로 이끌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위해 18~19일 이틀간 본회의 일정을 잡아야 하는데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해임건의안 표결 저지를 위해 추경안 처리를 포기하고 본회의 개최를 원천봉쇄하겠다는 황당한 자세로 나온다”며 “마지막 방법은 국회의장이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18~19일 본회의 소집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태규·하정연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