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귀를 후비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여름철 물놀이나 샤워 후 귀 속은 수분으로 약해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때 귀지가 잘 제거된다고 생각해 면봉·귀이개·손가락은 물론 볼펜·이쑤시개 등 다양한 도구로 귀지를 없애려다 외이도(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에 염증이 생기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자주 귀를 후비면 귀지가 지나치게 제거돼 세균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 외이도 피부의 지방층이 파괴돼 급성 염증을 유발하거나 치료되지 않는 만성 외이도염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만성염증으로 귓구멍이 좁아져 청력장애가 올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심할 경우 고막에 구멍이 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목욕 후에는 면봉으로 귀의 겉부분만 가볍게 청소해주는 것이 위생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귀지는 강제로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외이도와 고막의 피부는 귀 바깥 방향으로 자라기 때문에 귀지를 파내지 않아도 귀 밖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귀지는 아미노산과 지방산, 병원균에 대항하는 라이소자임과 면역 글로불린으로 이뤄져 있어 세균의 피부침투를 막는 역할을 한다. 귀지의 양은 개인차가 크다. 대부분은 귀지가 많아도 소리를 듣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오히려 적당한 귀지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
아기들의 귀지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저절로 배출된다. 움직임이 심하거나 겁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귀지를 빼려다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가정에서 귀지를 제거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다만 귀지의 양이 많아 외이도를 완전히 막거나 귀지 제거 능력이 저하된 노인의 경우 귀지에 의한 외이도 폐색증으로 청력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간단한 처치로 귀지를 제거하는 게 염증 위험 없이 귀지를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나윤찬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귀지는 지저분해 보일 수 있으나 귀 안쪽에 침투하는 세균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리한 귀지 제거는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귀를 후비다가 귀지를 속으로 밀어 넣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귀지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제거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