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체거래소 설립 움직임이 반가운 이유

“이미 수년 전 대체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정부나 업계 모두 그게 뭔지 몰랐거나, 아예 무관심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러는 사이 매년 수천억원의 비용만 나간 셈이죠.”

지난달(★6월28일자 1·4면 참조) 본지가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 주식거래 잘못해 2.5조 날려’ 제하의 기사를 통해 경쟁이 도입되지 않은 주식거래 체계가 어떻게 대규모의 불필요한 거래 비용을 초래하는지를 지적하자 한 금융권 관계자가 전해온 속내다.


흔히 성공 투자의 ‘비기(秘記)’란 다른 거창한 게 아니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청개구리’ 거래 행태를 보였다는 게 해당 기사의 결론이다. 물론 통상적으로 매매가 대량으로 이뤄지고, 무엇보다 주식거래가 위탁으로 이뤄지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기관들의 항변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다른 금융 선진국들은 한 푼이라도 수수료가 저렴한 쪽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됐다는 사실은 이 같은 항변을 머쓱하게 만든다. 주식 거래 체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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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거래소(ATS)는 정식 거래소는 아니지만 매매 당사자 사이에서 거래를 체결하는 거래소의 기능을 한다. 투자자로서는 같은 주식을 거래소와 ATS 양쪽에서 모두 거래할 수 있다면 비용이 더 낮고 거래 체결 시간이 짧으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 2005년 미국 캔자스에 설립된 대체거래소인 BATSBetter Alternative Trading System)는 그동안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이 과점해온 미국 주식시장에 경쟁과 혁신을 불러왔다는 평가가 많다. 알려진 미국 내 대체거래소만도 85개나 된다. 단순히 영토가 넓어서 이렇게 많은 거래소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수료를 낮추고, 점차 정보기술(IT) 기업화하는 대체거래소를 통해 거래 시간 다양화 등 투자자 편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대형 증권사를 포함한 컨소시엄이 대체거래소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했다는 소식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번에는 긍정적인 결론에 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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