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에 물러나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마지막 대중연설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절대주의와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메이 총리는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에서 총리 자격으로는 사실상 마지막인 대중연설을 통해 절대주의의 위험성을 거듭 경고했다. 그는 “정치에서 최적의 결과를 내려면 서로 양보하려는 의향과 설득, 팀워크 등이 필요하다”며 “승자와 패자의 정치, 절대주의, 끊임없는 투쟁은 우리 모두를 위협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메이 총리는 “이는 영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절대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이어 포퓰리즘이 우세한 정치 현실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지도자의 역할은 지킬 수 없는 것을 약속하거나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기보다 진짜 우려를 해결하는 데 있다”며 “원칙과 실용주의를 결합하지 못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무능이 모든 정치적 담론을 잘못된 길로 몰고 간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또 “정치권의 언어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며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의 견해를 비하하지 않고서는 동의하지 않는 방법을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인물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유색인종 여성 의원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16년 취임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 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월24일 사임을 발표했다. 영국은 오는 23일 집권 보수당 당 대표 선거를 통해 차기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