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日, 한국대사 초치]한국 대사 말까지 끊고 항의한 고노..."필요한 조치 취할 것" 압박도

경제산업성 간부 "문 정권에서는 규제 계속될 것" 사태 장기화 시사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운데)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인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운데)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인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19일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면서 한일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 특히 고노 외무상은 이날 남 대사의 모두발언 도중 말을 끊고 반박하는 결례를 저지르며 무례한 행동을 범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고노 외무상은 19일 남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자국이 제안한 중재위원회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일본 정부가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이날 고노 외무상과 남 대사는 10시15분부터 25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날 초치 자리는 양측 합의로 모두 발언이 취재진에 공개됐다. 양측은 한 차례씩 모두 발언을 하기로 했다. 먼저 모두 발언을 시작한 고노 외무상은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남 대사는 “양국 관계를 해지치 않고 소송이 종결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의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강제징용 배상 해법으로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이 1대1로 기금을 마련해 피해자들을 돕는 방안을 제안했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남 대사는 이후 발언을 이어나가려 했지만 고노 외무상은 급작스럽게 남 대사의 말을 끊고 “한국의 제안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면박을 줬다. 이는 양측이 한 차례씩 모두 발언을 하기로 한 합의에서 어긋난 것이며, 이후 외무성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회의실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하면서 남 대사는 재반박의 기회마저 놓쳤다. 앞서 외무성은 작년 10월 이수훈 당시 대사 초치 때에도 고노 외무상의 발언이 끝난 직후 이 대사가 말을 시작한 상황에서 취재진의 퇴실을 요청하는 결례를 저지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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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외무상은 이날 남 대사와의 만남이 끝난 뒤에도 개별 기자회견과 담화를 통해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고노 외무상은 남 대사와 만난 뒤 약식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내용을 설명하며 “(한국) 대법원 판결에 의해 일본 기업에 손해가 발생하는 일이 만에 하나 일어나면,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출 관리는 일본 법령에 정해진 것이므로, (강제징용 관련)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행해진 것”이라며 기존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날 고노 외무상이 발표한 공식 담화문 역시 한국에 대한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담화문은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 단행한 경제 보복 조치에 이은 추가 보복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담화는 또 “한국은 거듭되는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 정부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즉시 강구하도록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한일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한 규제는 계속될 것”이라며 사태의 장기화를 시사했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의 한 간부는 “(우리의) 수출 관리보다 전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한 한국 쪽 대응이 수십 배 지독한 행위”라면서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이상 (규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중재위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면서 사실상 이번 수출 규제가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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