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미얀마의 석유유통기업 지분을 인수해 동남아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SK그룹은 ‘포스트 차이나’라고 불리는 베트남에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신흥 시장인 동남아에 적지 않게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석유 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미얀마 2위 석유유통그룹인 BOC(Best Oil Company)의 지분 35%를 인수했다고 19일 밝혔다. 투자 규모는 총 1,500억원 수준이며 SK에너지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각각 17.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국내 정유사가 해외 석유유통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BOC는 석유유통 사업을 하는 지주회사로 석유 수입 및 미얀마 남부 유통을 담당하는 업체인 PT파워와 석유 제품 수입 터미널을 건설 및 운영을 담당하는 업체인 PSW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BOC의 미얀마 석유 시장 점유율은 17%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측은 이번 계약으로 BOC 측에 석유 유통사업 운영 노하우를 전수해준다는 방침이다. SK는 올 1·4분기 기준 국내에 3,424개의 주유소를 운영 중이며 관련 시장 점유율만 29.7%로 업계 1위를 기록 중이다. 또 BOC 측의 매출 확대에 따른 배당 마진 외에 사업 성장에 따른 투자 수익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SK는 그룹 차원에서 동남아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주목해 다양한 투자 기회 발굴에 애쓰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K 동남아투자회사’를 설립해 베트남 1위 기업인 빈그룹, 2위 기업인 마산 그룹에 잇따라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SK에너지 또한 지난해 베트남 석유 유통 업체인 PV오일 지분 5.23%를 확보했으며 추가적인 지분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이번에 SK그룹이 투자한 미얀마의 경우 지난 2011년 군사 정권이 물러나고 2016년에는 미국의 경제 제재가 끝나며 신규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미얀마는 2013년부터 5년간 연평균 7.2%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기준 1인당 GDP가 1,571달러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 2012년 수입자유화 조치로 자동차 및 산업용 경유 수요가 크게 늘어 오는 2025년까지 석유 제품 수요만 연간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18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계약 체결식에서 “SK가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 사업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파트너사의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며 “이를 발판 삼아 동남아 시장에서 SK의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