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말곤 아무 것도 남기지 마세요.”
LG생활건강(051900)의 섬유유연제 광고 카피다. 옷에서 좋은 향기가 나도록 도와주는 섬유유연제에서 향기만을 특별히 강조한 이유는 미세 플라스틱 때문이다.
미세 플라스틱은 5㎜ 이하의 합성화학물질로 분해되지 않고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향을 오래 잡아주는 향기 캡슐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미세 플라스틱 성분이라는 데 있다. 섬유유연제는 원래 세탁 후 마지막 헹굼 단계에서 옷감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탁 보조제로 만들어졌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섬유유연제 본연의 기능보다 옷에서 좋은 향기를 나게 하는 보조 기능이 부각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LG생활건강은 향기는 오래 가면서도 환경은 파괴하지 않는 제품을 고민했다. 그 결과는 미세플라스틱을 제외하는 것이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섬유유연제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 성분을 넣지 않고 있다.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미세 플라스틱 사용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다. 향의 지속성을 다소 양보하더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필 환경’ 제품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겠다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동시에 미세 플라스틱 없이도 향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샤프란 아우라’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고농축 섬유유연제로 해당 제품을 재출시했다. 샤프란 아우라 리뉴얼 전 제품 4종(윌유메리미·홀리데이판타지·미드나잇골드·스모키머스크)은 8~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소아 피부 안전성 테스트를 완료했다. 샤프란 아우라는 향기 캡슐을 넣지 않은 대신 저자극, 순한 향으로 처방해 향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섬유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기 캡슐이 빠지면서 향에 대한 강도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소비자들은 LG생활건강의 향기 철학을 지지했다. 실제 샤프란 아우라를 출시한 이후 섬유유연제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매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연구개발 끝에 샤프란 아우라 ‘프레시 딜라이트(Fresh Delight)’도 선보였다. 프레시 딜라이트는 향기 캡슐을 사용하지 않고도 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세계적인 향료회사와 협업해 샤프란 아우라만의 생생한 향기를 표현할 수 있는 독창적인 향을 개발했고, 그 과정에서 잔향성도 향상시켰다. 또 기존 제품보다 향기 성분을 더 많이 넣어 향 지속력에 대한 만족도를 높였다.
샤프란 아우라 프레시 딜라이트는 꽃봉오리 위에 유리병을 씌워 향기 분자를 추출하는 ‘헤드 스페이스’ 기법을 사용해 가장 생생하고 신선한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프레시 딜라이트는 성분이나 자극에 민감한 소비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석유계 계면활성제를 배제하고 알레르기 유발 성분 15종과 방부제 11종을 첨가하지 않았다. 또 피부 안전성 테스트를 완료해 소비자가 온전히 자연의 생생한 향을 오랫동안 느낄 수 있게 했다.
꿉꿉한 빨래 냄새 제거에 효과적인 ‘샤프란 꽃담초 秀(수)’도 미세 플라스틱 향기 캡슐이 없는 섬유유연제로 인기를 끌고 있다. 꽃담초 수는 꽃을 자연 발효한 식초를 함유해 꿉꿉한 섬유 냄새 대신 생생한 꽃 향기를 남긴다. 특히 꽃담초만의 처방 구조로 미세 먼지 차단 효과도 경험할 수 있다.
꽃담초에는 양이온 계면활성제를 첨가하지 않아 섬유유연제 특유의 끈적함 없이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꽃담초 수에는 구연산도 들어있어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세탁조 클리닝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울러 보존제 10종 등 화학성분도 첨가하지 않아 성분에 민감한 소비자의 니즈도 반영했다. 꽃담초 수는 소비자의 개인 취향에 따라 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우아한 자스민향과 은은한 연꽃향, 로맨틱한 장미꽃향, 부드러운 제비꽃향, 상큼한 달맞이꽃향 등 5종으로 출시됐다.
LG생활건강은 섬유유연제 속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고 생활 속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샤프란 아우라 ‘세이브 디 오션(Save the Ocean)’ 에디션은 판매 수익의 일부를 환경단체인 ‘오션(OSEAN·동아시아바다공동체)’에 기부해 바다를 살리는 생활 습관을 전파하고 있다.
OSEAN은 해양 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전개하는 환경단체로,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보호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세이브 디 오션‘ 에디션은 캠페인 취지에 맞게 청정 바다를 간직한 세계적인 휴양지인 피지와 하와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피지 프레시‘와 ’하와이안 브리즈‘ 두 가지 향으로 선보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섬유유연제 개발을 통해 모르고 있던 생활 속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면서 “다양한 제품 개발과 이벤트로 생활 속 플라스틱을 줄이는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