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것이 사실상 확실시되는 가운데 그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전략이 시작도 전에 위기를 맞았다. 아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겠다는 존슨 전 장관의 ‘노딜 브렉시트’에 반발하는 주요 각료들이 그가 총리에 오르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존슨이 이끄는 브렉시트 정국에 난항이 예상된다.
21일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존슨이 총리로 선출돼도) 내가 해고당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그 지경에 이르기 전에 사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존슨 전 장관이 차기 총리로 확정되고 테리사 메이 총리가 사임하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는 “존슨이 차기 총리가 된 뒤 그의 내각에 있으려면 오는 10월31일 ‘노딜’ 탈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것은 절대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시작된 집권 보수당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얻은 존슨 전 장관은 메이 총리의 뒤를 이어 총리직에 오를 것이 가정사실화되고 있다. 해먼드 장관은 합의안이 있든 없든 10월31일 무조건 EU를 탈퇴하겠다는 존슨 전 장관의 노딜 브렉시트안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인물로 존슨 전 장관이 총리가 되면 재무장관직을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데이비드 고크 법무장관도 존슨이 총리로 선출되기 전에 사임하겠다고 밝혔으며,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장관 등도 노딜 브렉시트에 반발해 물러날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내다봤다.
이처럼 고위각료가 내각 개편도 기다리지 않고 사임 의사를 밝힌데다 보수당 내에서 노딜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존슨 전 장관의 브렉시트 전략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는 제1야당인 노동당이 노딜을 막기 위해 보수당 각료들과 손잡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보수당 내 친EU 의원 6명이 보수당을 탈당해 자유민주당에 합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경우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해 신임 총리의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