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스크린으로 불똥 튄 '한일갈등'...'日위안부 다큐' 상영관 두배로 껑충

위안부 다큐 '주전장' 25일 개봉 앞두고

관객요구에 상영관 25개서 59개로 늘어

내달 7일 개봉 '봉오동 전투' 흥행 영향 관심

'엉덩이 탐정' 등 日 애니에는 낮은 평점

영화 ‘주전장’의 스틸컷.영화 ‘주전장’의 스틸컷.




한 네티즌이 지난 19일 트위터에 영화 ‘주전장’의 상영관 확대를 요청하며 올린 글. /트위터 캡처한 네티즌이 지난 19일 트위터에 영화 ‘주전장’의 상영관 확대를 요청하며 올린 글. /트위터 캡처


영화 ‘봉오동 전투’의 스틸컷.영화 ‘봉오동 전투’의 스틸컷.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 포스터.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 포스터.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불매 운동의 여파가 영화계로도 확산하고 있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요구로 일제 만행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의 상영관 숫자가 개봉을 앞두고 두 배 이상으로 껑충 뛰어오르는가 하면 일본 영화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이 집단으로 낮은 평점을 주고 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주전장(主戰場)’은 위안부 이슈에 대한 일본 극우 인사의 역사 인식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영화다. 지난 19일까지만 해도 일본계 미국인인 미키 데자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가 극장 사업자들로부터 통보받은 상영관 숫자는 2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온라인에서 ‘상영관 수가 너무 적다’ ‘동네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상영관을 늘려달라’와 같은 관객들의 요구가 빗발치면서 현재 상영관을 59개나 확보했다.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극장뿐 아니라 롯데시네마·CGV·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에서도 30개가 넘는 상영관을 배정했다. ‘주전장’의 수입·배급사인 시네마달 관계자는 “비슷한 규모의 기존 해외 다큐멘터리와 비교하면 훨씬 많이 상영관을 확보한 것”이라며 “아무래도 점점 악화하는 한일관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양국의 민감한 현안을 다룬 영화의 흥행 추이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다음달 7일에는 항일 투쟁을 다룬 대작인 ‘봉오동 전투’가 개봉한다. 총 제작비가 190억원에 달하는 이 영화는 1920년 6월 중국 지린성에서 한국 독립군 부대가 일본군을 무찌른 전투를 그린다. 유해진·류준열·조우진 등이 출연하며 ‘살인자의 기억법’ ‘용의자’의 원신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출신 지역도, 계층도, 성별도 다르지만 ‘조국 독립’이라는 대의 아래 뭉친 이들의 드라마가 한껏 달아오른 반일 감정을 자극할 경우 예상 외의 초대형 흥행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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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8일에는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위해 투쟁한 27년을 담은 영화 ‘김복동’이 개봉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배우 한지민이 맡았다. 제작진이 상영 수익 전액을 위안부 관련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써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같은 날 8일 공개되는 일본 영화 ‘나는 예수님이 싫다’를 배급하는 싸이더스는 점점 나빠지는 한일관계가 관객 동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다음 달 14일 개봉하는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처럼 순수 한국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제작진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일본 영화’ 딱지가 붙으면서 상영관 잡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영화의 제작 국가와 성격에 따른 희비는 네이버 평점 사이트에서도 감지된다. ‘주전장’의 경우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관객들이 너도나도 높은 점수를 주면서 24일 오전 기준 평점이 10점 만점에 8.49점까지 치솟았다. 반면 지난 11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극장판 엉덩이 탐정: 화려한 사건 수첩’은 ‘별점 1점도 아깝다’ ‘일본영화 불매운동 고고’와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리면서 4.19점이라는 민망한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일본영화 수입 또는 개봉을 계획했다가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상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대표는 “한국에 개봉하는 일본영화 편수 자체가 많지 않은 만큼 양국의 정치·외교적 관계 때문에 당장 개봉을 연기하기로 한 곳은 아직 없다”면서도 “사태가 계속 길어지면 결국 수입·개봉 시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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