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NSC) 보좌관의 교체설이 다시 한번 불거졌다.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의 교체가 현실화된다면 그와 함께 외교·안보 투톱으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힘의 추가 기울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노선이 한층 유연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백악관에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경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현재 전직 육군 대령 더글러스 맥그리거와 리키 와델 전 NSC 부보좌관 등이 이미 후임자 후보군이 물망에 올라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맥그리거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이그재미너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폭스뉴스의 객원 출연자이기도 한 맥그리거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시리아 개입에 회의적 입장을 견지해오는 등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시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NSC 보좌관 밑에서 부보좌관을 했던 와델은 볼턴과 외교정책 주도권을 놓고 경쟁 관계에 있는 폼페이오 장관이 선호하는 카드라고 한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
한 전직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용인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볼턴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남은 시간이 몇 주일지 아니면 몇 달인 지가 불확실한 뿐”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전직 백악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에 대해 넌덜머리가 난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다른 카드들을 진지하게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미국의 적성국들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공격적 접근이 트럼프 대통령을 당혹스럽게 만들어왔다고 전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베네수엘라나 이란과 관련된 대응 과정에서 초강경 노선을 주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불만을 사 왔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대북 대응을 놓고도 트럼프 대통령과 불협화음을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일본 국빈 방문 당시 북한의 두차례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볼턴 보좌관의 언급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특히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수행 중이던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당시 현장에 있지 않고 몽골로 직행, ‘판문점 회동 패싱’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북 의사 결정라인 배제설이 불거졌다.
그러나 일부 백악관 인사들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볼턴 보좌관의 거취에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악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 사람들에게 NSC 보좌관직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으나 그 후 볼턴 보좌관이 2020년 대선 전에는 자리를 이동하지 않을 것으로 믿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볼턴 보좌관에 대해 “현안들에 대해 강한 견해를 갖고 있지만, 괜찮다. 내가 사실 존을 누그러뜨리고(temper) 있다”면서 “내게는 다른 사람들(sides)도 있다. 존 볼턴도 있고 그보다 좀 더 비둘기파인 사람들도 있다”며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자신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협상 전략의 한 핵심 부분으로 여긴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때 볼턴의 호전성이 일종의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볼턴은 ‘배드 캅’이고 트럼프는 ‘굿 캅’이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역할분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