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확산과 업무 영역의 컨버전스로 인해 PR 업무 환경이 크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 넘버원 PR 전문 컨설팅 업체 에델만은 이 같은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PR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주도하고 있다. 이는 한국법인도 마찬가지다. 장성빈 에델만코리아 대표를 만나 에델만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PR 업무에 대해 들어봤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에델만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 독립 PR 전문 컨설팅 회사다. 신문기자 출신 대니얼 에델만이 1952년 미국 시카고에서 설립했다. 한국에는 1993년 둥지를 틀었다. 대 언론 홍보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해외 PR, 명성관리,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트레이닝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다.
에델만코리아는 장성빈 대표가 이끌고 있다. 그는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 언론 및 대정부 관계 분야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2011년 에델만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그는 이제 어느덧 ‘장수 CEO’ 타이틀을 달고 있다. 장 대표가 부임한 뒤 에델만코리아는 크게 성장해왔다. 그가 합류하기 전 직원 수는 52명이었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150명으로 불어나 있다. 매출도 매년 20% 이상 성장해 세 배 정도 덩치가 커져 있다. 에델만코리아는 에델만 아시아 지역 법인 중 매출액 기준으로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에델만은 가족경영을 하는 비상장 회사다. 지금도 상장 계획이 없어 세세한 경영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다).
장성빈 대표는 글로벌 PR 펌에서 오랜 시간 몸담은 만큼 세련된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는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말했다. “본사에서 믿어주고 기다려 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경영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습니다. 인사권도 우리가 100% 가지고 있고요. 2019년 상반기 중에는 M&A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자회사도 만들려고 준비 중이고요. 아직은 대외비라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에델만코리아가 하는 일은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의 명성이나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알리는 일이다(promotion). 두 번째는 기업의 명성과 브랜드를 보호하는 업무다(protection). 세 번째는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솔루션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evolving·진화).
장성빈 대표는 이에 대해 쉽게 설명했다. “promotion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PR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될 거에요. 언론사 대상 보도자료 배포와 홍보활동 등이 그런 활동에 속하죠. 최근엔 시대에 맞게 디지털을 이용해 브랜드나 명성을 알리는 일이 좀 더 중요해졌습니다. protection은 일반적으로 대관업무와 위기관리를 뜻합니다. 에델만과 에델만코리아는 대관업무와 위기관리 의뢰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PR 펌입니다. 저희는 국내 5대 그룹 중 3곳과 위기관리 업무 계약을 맺고 있어요. 클라이언트가 정부나 국회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저희가 도움을 주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강한 리서치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evolving은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존경받고 성장하려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역할입니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좀 더 존경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컨설팅 업무입니다.”
장성빈 대표는 그동안 에델만이 진행했던 사례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미국 드럭스토어 CVS는 건강 증진용 약을 많이 파는 회사죠. ‘삶을 건강하고 아름답게’라는 모토를 가진 기업이에요. 그런데 CVS 매장에선 담배도 팔고 있었습니다. 이율배반적인 행위였죠. 그래서 에델만은 매장에서 담배를 팔지 말라고 1년 넘게 설득을 했습니다. 결국 CVS가 이를 받아들여 담배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고요. 그 결과 연매출 중 2조 원이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매출을 회복했고 CVS는 존경받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에델만이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미래사업은 무엇일까. 에델만은 과거 스스로를 ‘PR 펌’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2013년 창업자인 대니얼 에델만이 사망한 뒤, 그의 아들 리처드 에델만이 회장 자리에 올라 이 PR 펌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장성빈 대표는 말한다. “5년 전 리처드 에델만 회장이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글로벌 리더십 미팅에서 ‘에델만은 더 이상 PR 회사가 아니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에이전시다’라고 선언을 했습니다. 저희는 이를 두고
‘함부르크 프린시플(원칙)’이라고 부릅니다. 언론 환경이나 미디어 소비성향이 변하면서 전통적으로 해왔던 PR 업무가 달라지고 있다는 거죠. 여기에 더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생겼잖아요. 단순한 PR 펌으로만 머물 수는 없다는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선언이었습니다.”
리처드 에델만 회장이 함부르크 프린시플을 선언한 이후 에델만에는 광고회사, 디지털 에이전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출신 직원들이 대거 합류했다. 에델만은 1993년부터 디지털 플랫폼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일을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에선 에델만을 세계 최초의 ‘소셜에이전시’라고 부른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디지털 관련 업무 인력이 2,000명에 달하고 있다. 에델만은 페이스북에 올라가 는 기업관련 콘텐츠를 가장 많이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다.
장성빈 대표의 설명은 이어졌다. “에델만코리아에도 디지털 인력이 60여 명 있습니다. 이제는 컨버전스 시대잖아요. 과거엔 PR과 광고, 미디어 바잉 같은 업무로 회사들이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이 들어오면서 그 영역이 파괴됐어요. 이후 통합과 융합의 시대로 들어섰죠. 그러면서 미디어 영향력과 소비자 행동도 달라졌습니다. 뉴스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도 바뀌었고요. 광고 회사들이 디지털 쪽으로 움직이면서 PR펌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였죠. 이젠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할 만한 짧은 내용의 콘텐츠를 생산해 디지털로 소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에델만코리아도 디지털 콘텐츠 확산 전략과 실행에 힘을 많이 쏟고 있습니다.”
에델만코리아는 현재 삼성전자의 공식 홍보 소통 채널인 ‘삼성 글로벌 뉴스룸’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운영하고 있다. 삼성 뉴스룸은 기업과 제품 소식 외에도 비즈니스 전략과 인사이트 같은 광범위한 뉴스를 전 세계 미디어와 오디언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2017년 에델만코리아는 삼성 뉴스룸이 뉴스 제공 채널로서 제대로 작동하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PR·마케팅 시상식인 ‘세이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어워즈(THE SABRE AWARDS ASIA PACIFIC2017)’에서 삼성전자의 ‘삼성 글로벌 뉴스룸’ 콘텐츠 기획과 운영으로 ‘올해의 컨슈머 테크놀로지’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장성빈 대표는 말한다. “PR은 고객사 또는 브랜드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또 그걸 달성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또 그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땐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소구하고자 하는 바를 강하고 간단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희 같은 이 분야 전문가들은 기술자들에게 5시간 동안 들은 이야기를 10분 내로 줄여 대중에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위기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업에 위기가 터지면 여러 가지 복잡한 시나리오들이 머리에 그려지겠죠. 그걸 빨리 정리해서 어떤 상황은 버리고 어떤 상황에 집중해야 하는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꽤 잘 한 편이었어요. 덕분에 아주 재미있게 일을 해왔습니다.”
에델만은 ‘PR 업계 사관학교’라고 불린다. 그만큼 에델만은 직원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에델만 입사 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육 프로그램만 20개 정도가 있을 정도다. 제일 처음 입사하면 온라인을 통해 윤리교육과 PR에 대한 새로운 개념 등을 교육받는다. 본사에서 교육 직원들이 건너와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장성빈 대표는 말한다. “에델만의 철학이 참 마음에 들어요. 에델만은 직원이 발전하지 않으면 회사도 발전할 수 없다고 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요. 윈윈 관계로 생각하는 거죠. 이는 제 철학과도 맞아요. 직원이 발전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란 거죠. 저는 그게 현재 에델만이 가진 강점이자, 미래에도 글로벌 넘버원 PR 펌으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
에델만은 2001년 이후 매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정부, 미디어(전통-온라인 전용 미디어, 소셜미디어, 검색엔진 등), 기업, NGO 등 주요 4대 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바로 ‘에델만 신뢰도 지표 조사’다. 2018년에는 전 세계 28개국 3만 3,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에선 1,150명이 참여했다(이 조사에 참여한 국내 응답자 1,150명에는 여론 주도층 200명이 포함됐다. 여론 주도층은 25세 이상 64세 이하 대졸 이상 학력 보유자로 가계소득이 상위 25%인 사람 중 정기적으로 뉴스 미디어를 구독하는 사람 중에서 선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4대 기관에 대한 전 세계 평균 신뢰도는 각각 △NGO 53% △기업 52% △정부 43% △미디어 43% 등으로 나타나 지난해에 이어 신뢰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반면 국내 정부-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전년 대비 10% 이상 이례적으로 상승하며 주목을 끌었다. 국내 미디어 신뢰도는 40%로 글로벌 평균 43% 에 약간 하회하는 수준을 보였지만, 전통-온라인 전용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52%로 나타났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정보에 대해선 국내 응답자의 72%가 우려를 나타냈고, 사실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답변도 약 60% 정도가 나왔다. 언론에 대해 회의감을 갖는 주요 요인으론 △시청률을 위한 뉴스(70%) △부정확한 속보(67%) △정치적 편향성(61%)이 꼽혔다. 또한 언론의 신뢰구축을 위한 상위 세 가지 요소 중 ‘정보의 질 사수’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이 나왔다.
기업에 대한 국내 신뢰도는 전년 대비 7%p 상승한 36%를 기록했지만, 글로벌 평균인 52%보단 약 10%p 이상 낮게 나타났다. 기업 CEO에 대한 신뢰도도 57%로 2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장성빈 에델만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2017년을 포함해 수년 동안 4대 기관 신뢰 수준이 최하위권을 기록해왔다”며 “그러나 2018년 조사 결과에선 긍정적인 상승세가 나타나 신뢰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