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페이부문 분사는 국내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내에서 이렇다 할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네이버로서는 금융사업 강화를 우선 순위에 뒀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미래에셋대우의 든든한 실탄과 금융 노하우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카카오처럼 은행업 진출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게 네이버의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24일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으나 제3 인터넷 뱅크 신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단 자본금 50억원으로 11월 출범할 신설회사의 사업 부문으로는 전자지급 결제대행업 등 현재 네이버페이 서비스 부문들이 옮겨간다. 네이버페이 결제자 수는 업계 최대 규모로 한 달 1,000만 명을 넘긴 상태다.
네이버는 이날 “ ‘결제’는 돈을 이체하는 ‘송금’과 달리 사용자가 상품을 소비하면서 돈을 지불하는 고관여 행위“”라며 “신규 법인은 해당 경험을 금융 영역으로 보다 쉽고 재미있게 연결해 사용자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네이버는 결제대행을 기반으로 금융 시장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출범을 전후해 미래에셋대우가 자본투자와 함께 공동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는 향후 네이버파이낸셜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핀테크, 간편 결제, 금융상품 판매 등의 사업기회 확장을 꾀할 수 있다. 현재도 카카오 페이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투자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셋대우 및 미래에셋자산운용사, 미래에셋생명 등의 계열사들은 온라인 판매 창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 핀테크 분야에서의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간편결제 사업에 진출한바 있다. 다만 리테일 기반이나 기술 적 측면에서 증권사로서 사업확장에 한계가 있었던만큼 향후 네이버 페이와의 협력을 통해 핀테크 사업의 확대에도 미래에셋대우가 이번 투자를 통해 이익을 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네이버라는 확실한 온라인 플랫폼을 확보하게 될 미래에셋 대우는 새로운 고객군도 끌어올 수 있다.
한편 네이버는 보험과 대출 등의 영역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계열사 등과의 공동사업을 통해 관련 상품 판매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은행업 진출 계획은 없다는 게 현재 입장이지만 해외 자회사인 라인의 행보를 보면 추후 전략 수정도 점칠 수 있다. 라인패이낸셜의 경우 대만, 일본, 동남아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추진중이다.
한편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의 공동사업이 지난 2017년 6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에 따른 전략적 제휴의 연장선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는 이후 다양한 국내외 투자를 공동으로 진행해왔다. 가장 먼저 2018년 2월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의 판교 알파돔씨티에 1,963억원 투자하기도 했다. 2018년 3월에는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 사모투자합작회사를 통해 디디추싱에 184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2018년 5월 설립한 아시아그로쓰펀드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스타트업 투자를 가장 활발히 벌여왔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혁신 금융에 대한 투자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이번 네이버 페이 대한 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라며 “구체적인 사업전략은 추후 협의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백주원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