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비상이 걸린 정부가 고소득자 증세에 나섰다. 내년부터 근로소득공제 한도가 최대 2,000만원으로 설정돼 연봉 3억6,25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 부담이 커지고 임원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된다.
특히 9억원 이상 겸용주택(상가+주택)에 대한 ‘핀셋 증세’로 겸용주택을 가진 은퇴자들의 세 부담은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투자 지원을 위한 감세는 연간 1,000억원 정도에 그치고 한시적이어서 투자 활성화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정부는 25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19년 세법개정안을 확정·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세제개편안에서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을 각각 40→42%, 22→25%로 올린 데 이어 또다시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증세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한 건물에 상가와 주택이 혼재된 실거래가 9억원 초과 겸용주택에 대한 과세특례 적용 기준을 바꿔 오는 2022년부터 주택과 상가를 구분해 주택 부분에만 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0㎡(주택 140㎡, 상가 60㎡) 크기의 겸용주택을 10억원에 구매해 10년 보유(2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가 올해 해당 주택을 30억원에 매매할 경우 9,47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면 되지만 오는 2022년부터는 2억5,560만원으로 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소형주택 임대사업자 세제 감면도 2021년부터 75%에서 50%로 낮아져 임대사업자의 세 부담은 연간 49억원, 5년간 250억원가량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2019년을 기준연도로 향후 5년간 세수 효과를 산정하는 누적법 기준으로는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3,773억원 늘어나는 반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은 각각 1,682억원, 2,802억원 줄어든다. 고소득자와 은퇴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은 근로장려금(EITC) 등 현금복지 확대에 쏟아붓는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정 운용에 대한 고민보다 내년 총선과 당면한 경기의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세제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정순구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