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존슨 '노 딜'도 불사..."10월 브렉시트 예정대로"

■英총리 취임 첫 대국민성명

"합의와 상관없이 탈퇴" 공언

'넘버2' 재무장관에 자비드 등

브렉시트 강경파로 내각 교체

"집권 보수당내 반발 부른다면

조기총선 가능성 커" 지적도

EU는 "노딜땐 양쪽 큰 타격"

보리스 존슨(왼쪽 세번째) 신임 영국 총리가 25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사지드 자비드(〃네번째) 재무장관 등과 첫 내각회의를 열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보리스 존슨(왼쪽 세번째) 신임 영국 총리가 25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사지드 자비드(〃네번째) 재무장관 등과 첫 내각회의를 열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예외는 없다(No ifs and buts).”

보리스 존슨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첫 대국민성명에서 유럽연합(EU)과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10월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존슨 총리는 전임 테리사 메이 내각의 각료 중 절반 이상을 물갈이하고 ‘브렉시트 강경파’를 전진 배치했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단행을 위해 합의 없는 탈퇴인 ‘노딜’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브렉시트 시한까지 100일도 남지 않은 다우닝가에는 노딜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다만 존슨 총리가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하며 집권 보수당 내 반발을 불러일으킨다면 최악의 경우 조기총선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이날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발표한 첫 대국민성명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브렉시트 단행 의지를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를 완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주의자들을 공격하며 “영국에 반대하는 쪽으로 내기를 건 이들은 무일푼일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존슨 총리는 99일 뒤인 10월31일 영국이 합의 하에 EU를 떠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우리는 브렉시트로 인한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 더 나은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가 자유무역과 상호지원에 기초해 나머지 유럽과 새롭고 흥분되는 파트너십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도 노딜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합의 없는 탈퇴도 여전히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전날 골드만삭스는 존슨 총리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노딜 확률을 15%에서 20%로 올리기도 했다.



질서있는 탈퇴를 외치는 EU는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의회 내 ‘브렉시트그룹(BSG)’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존슨 총리의 취임으로 “노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딜 브렉시트가 양쪽 모두에 동등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라도 경제적으로는 매우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EU는 지난해 11월 영국과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문은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영국 경제계 단체들도 잇따라 노딜 브렉시트만은 피해달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데일 수석연구원은 “존슨 총리는 임기 첫 3개월간 격동의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브렉시트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음 3개월간의 임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존슨 총리가 노딜 브렉시트를 밀어붙일 경우 집권 보수당 내 반대파가 야당과 연합해 존슨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전직 장관은 가디언에 보수당 하원의원들 중 반(反)존슨 세력이 최소 42명이라며 이들이 노딜 브렉시트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거나 존슨에 대한 불신임투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영국 안팎에서 고조되는 우려를 억누르기라도 하듯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단행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이날 내각 전면에 강경파를 배치했다. 내각의 ‘넘버 2’인 재무장관에는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이 기용됐다. 자비드는 당초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뒤 존슨 총리 지지를 선언한 인물로서 브렉시트 지지자로 분류된다. 외무장관에는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도미닉 라브 전 브렉시트장관이 기용됐다. 그는 메이 내각에서 브렉시트 협상을 책임지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계획에 반발해 사임했다. 내무장관으로 발탁된 아시아계 여성인 프리티 파텔 전 국제개발장관 역시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론자다.

존슨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국내 정책에 관한 청사진도 밝혔다. 주요 공약이었던 경찰관 2만명 증원과 초등 및 중등학교에 대한 투자 확대는 물론 사회복지 시스템을 뜯어고쳐 노년층이 자존감을 갖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오테크 및 항공과학 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 차원에서 조세체계를 개편하고 동물복지, 기후변화 대응 및 녹색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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