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살롱] "한글 창제, 신미스님 작품?" 영화 '나랏말싸미' 역사왜곡 논란

영화 ‘나랏말싸미’의 역사 왜곡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구고 있다. ‘역사 왜곡이냐, 아니냐’로 시작한 논란은 ‘창작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 영화로 세종이 승려 신미와 같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야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이 벌어진 지점은 한글 창제 과정에서 신미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네티즌들은 영화가 세종이 아닌 신미의 주도로 한글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그려졌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네티즌은 “세종이 직접 한글을 만들었다는 것은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해례본 등으로 확인 가능한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를 뒤집는 것은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글 창제를 신미가 다 한 것처럼 그려놨다”면서 영화가 세종의 업적을 폄하했다고 지적했다.

영화를 만든 조철현 감독의 발언도 논란을 부추겼다. 보도에 따르면 조 감독은 지난 7월 16일 열린 영화 ‘나랏말싸미’ 시사회에서 “신미 스님의 한글 창제를 확신할 수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나오는)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막을 넣었지만 나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네티즌은 감독의 발언을 보면 도저히 영화를 영화로 볼 수 없게 한다며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을 사실로 믿고 영화를 만든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말했기 때문에 엄연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나랏말싸미’를 비판하는 이들은 영화를 통해 사실과 다른 얘기가 퍼질 것을 우려했다. 어느 네티즌은 ”이 영화를 보고 어린 학생들이 한글을 세종이 아닌 신미 스님이 만들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다른 네티즌은 “역사학자들의 책보다 감독이 만든 영화의 파급력이 더 크다”며 역사를 다루는 콘텐츠라면 더욱 고증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영화 ‘나랏말싸미’가 일본·대만·북미 지역 등 해외에서도 개봉된다면서 외국인이 한글 창제에 관해 오해를 하게 될까 걱정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된다. ‘영화는 영화일 뿐’, 사실을 다루는 논문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을 허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랏말싸미’가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어차피 사실이 아닌 것을 알고 즐기는 게 아니냐”며 “픽션 가지고 난리 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어떤 가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지 선택하는 것은 감독의 자유”라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영화가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까봐 염려스럽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 이들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 ‘가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막이 나온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네티즌은 “픽션이라고 사전에 알려줬음에도 영화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수용자의 문제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른 네티즌은 “한글을 세종이 만들었다고 하든, 신미가 만들었다고 하든 얼마든지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다”며 영화를 믿고 안 믿고는 영화 관람객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한편으로 한글 창제에 관해 중요한 사건에 대한 인식이 쉽사리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놓고 ‘역사 왜곡’ 논란은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군함도>가 대표적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하시마 섬’으로 강제 징용된 아픈 역사를 다뤄 안팎의 큰 기대를 모았던 영화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조선인 대 일본인’이라는,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구도보다 ‘조선인 대 조선인’의 구도로 피해자 간의 갈등이 더 부각됐다며 ‘식민 사관’에 기반한 영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엔 <자전차왕 엄복동>이 ‘자전거 도둑’인 엄복동을 ‘독립 투사’로 미화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두 영화 모두 논란 끝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때문에 영화 ‘나랏말싸미’의 또한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영화관입장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나랏말싸미’는 개봉일인 24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나 다음날 관객 수가 24% 급감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좌석율 또한 10.7%를 기록하며 박스오피스권 10위 내에 영화들 중 꼴찌를 기록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