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판교에 브릿지바이오 사옥은 바이오 연구소라기보다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가까웠다. 알록달록한 인테리어와 흔한 탕비실 대신 삼삼오오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작은 카페가 눈에 띄었다. 입구 근처에는 전 사원들의 미니어처 인형도 있었다. 바이오 기업인데도 흔한 IT 스타트업의 모습이다.
실제 브릿지바이오는 일반적인 바이오 기업이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서도 흔하지 않은 개발 중심 바이오벤처(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다. NRDO는 신약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들여와 임상과 상용화를 진행한다. 국내 대부분 바이오기술 기업은 신약 후보물질 연구에만 치중돼 있는데 북미 등 해외에서는 연구기업과 개발기업이 나뉘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NRDO의 가장 큰 장점은 신약 상업화의 효율성 극대화다. 연구단계에서 불확실성과 실패율을 줄이고 자본과 시간을 최소화하는 데 적합하다.
브릿지바이오가 공들이는 것은 후보물질 획득이다. 이 대표는 “좋은 물질이라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한다”며 “한국화학연구원에 BBT-176 차세대 폐암 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할 때도 계약금 및 선급실시료 10억원을 포함해 총 3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드문 바이오 사업 모델이라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결국 국내 바이오 업계 최대의 기술이전 계약 성과를 냈다. 지난 18일 브릿지바이오는 섬유화 간질성 폐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 BBT-877 개발을 위한 협업 및 기술이전 계약을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 밖에 BBT-176(폐암 등 타깃질환), BBT-401(궤양성 대장염) 등을 개발하고 있다. BBT-401과 BBT-176은 각각 미국 임상2상·전임상 단계에 있다.
NRDO와 같은 생소한 사업 모델이 이처럼 큰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건 투자자들도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시리즈 A부터 C 단계까지 적절한 시점에 벤처캐피털(VC)에 투자를 받아 빠르면서도 효율적인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는 시리즈 A(145억원), B(138억원), C(310억원) 규모로 투자를 받았다. 특히 브릿지바이오는 업계서도 이례적으로 월 1회 기관주주 간담회를 열고 소통을 진행한다.
브릿지바이오는 내년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지난해와 올해 초 상장을 위한 기술평가를 진행했지만 탈락했다. 기술평가 기준들은 신용평가 기준에 근간을 두고 있어 NRDO와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 평가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브릿지바이오는 분석했다. 이달 초 기술성 평가 관련 상장제도 개선 내용에 맞춰 사업전략·조직·시설 등에 대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보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판교=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