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라북도교육감은 29일 열린 전북교육청 간부회의에서 “상산고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에 부동의 결정을 내린 교육부를 상대로 법률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전북교육청이 자체 평가에서 상산고에 대해 내린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을 지난 26일 부동의하면서 뒤집었는데 이에 대해 법정 싸움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김 교육감은 “교육부가 무엇을 잃었고 무엇을 얻었는지 알아야 한다”며 “향후 교육부는 전북교육청과 시도교육감협의회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3선인 김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 교육감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자사고 사태로 불거진 교육부와 시도교육감들과의 갈등은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 전반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대선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의 파열음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본적으로 정부와 교육청이 예산을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지만 올해 하반기에 한해 시도교육청들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00% 자체 편성하기로 했는데 자사고 문제가 터지면서 반발 기류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교육감은 4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한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육부가 초중등 업무 이양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교육부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자사고 문제가 터진 지금 고교 무상교육으로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국회 법안 통과도 고교 무상교육 실현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넘어야 하는 산이다. 고교 무상교육 정책 집행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해당 법안은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야당의 반대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고교 무상교육은 내년 총선을 대비한 선심성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어서 하반기에도 통과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불투명해지자 지역 교육청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됐을 때 예산을 전부 떠안아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만 높아지고 있다.
지역 교육청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학교 비정규직 협상도 난관이 예상된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올해 임금교섭 협상에서 교육부의 불성실한 참여를 빌미로 2학기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인데 정부는 재교섭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학비노조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교육부가 고용주체인 지역 교육감들과 연대해야 하는데 자사고 문제로 갈등이 깊어진 탓이다.
다음달 1일 최종 심의가 예정된 서울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대한 교육부 동의 여부가 교육부와 교육청의 갈등을 키울 우려도 제기된다. 상산고에 이어 교육부가 교육청의 결정을 뒤집는 상황이 한 번 더 발생하면 교육감들의 반발이 커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서울 재지정 취소 자사고를 대상으로도 교육부가 부동의를 내릴 수 있다”며 “이 경우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갈등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