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일 양측에 일종의 분쟁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 청와대가 “한미 간에도 여러 채널로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분쟁 중지 협정은 일종의 ‘임시 휴전’ 개념으로, 미국이 당장 한일 양측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는 않으나 갈등을 해소할 시간을 벌어주는 중재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달 2일 일본이 각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절차 대상)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 같은 미국의 중재안이 노출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한일 간에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생긴 여러 가지 갈등상황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의 촉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으나, 한미 간의 ‘외교적 노력’을 강조함으로써 비슷한 방식의 중재가 진행 중임을 에둘러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도)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면서 “우리 정부는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이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과 일본 측에 외교적 분쟁에 대한 중지 협정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국자는 또한 미국의 이 같은 제안이 한일 양국 간 이견 자체를 해소해 주지는 못하겠지만, 양측간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추가 조치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 했다. 이같은 미국이 중재 노력이 사실이라면 내달 2일로 예고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한미일 3국 외교부 장관이 집결해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한일 갈등 사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ARF를 계기로 일촉즉발 상태인 한일 대치 상황을 임시적으로나마 동결 시킬 경우, 한일 양국 또한 보다 이성적으로 이 문제를 판단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동안 적극적 개입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던 트럼프 행정부가 움직이는 것은 이번 사태를 방치할 경우 한미일 간 안보협력 및 북한과 중국의 군사력 확장에 대한 대응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특히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연장 문제와 맞물려 한일 분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