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사장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배수구를 점검하던 작업자 3명이 갑자기 내린 비에 떠밀려 죽거나 실종된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폭우에 따른 사고지만 사전에 안전점검만 제대로 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업계와 관리당국 간 책임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8시24분 서울 양천구 목동의 빗물 저류시설 수로의 유지관리수직구 인근에서 작업자 3명이 고립됐다. 1명은 10시30분께 구조됐지만 11시2분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했다. 구조 당국은 잠수부를 포함해 총 36명을 배수구에 투입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사망자는 남성으로 현대건설 용역업체 직원 구모씨며 다른 두 명은 30대 남성 현대건설 직원, 미얀마인 용역업체 직원이다.
이날 사고는 비가 올 때 물이 일정 수위를 넘으면 배수구 문이 자동으로 열려 물이 배수구로 빠져나가면서 안에 있던 3명의 작업자가 고립돼 발생했다. 사고 당시 서울에는 시간당 최대 40㎜가 갑자기 쏟아져 배수구 문이 자동으로 열린 것이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말 배수구 공사를 끝내고 양천구 측에 시험운영을 넘기면서 물이 차오를 때 배수구 문을 열어놓는 기준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낮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공사를 하면서 예를 들어 물이 10㎝가 차오르면 배수구 문이 자동으로 열리게끔 설정했는데, 지자체 측이 시험운영을 하면서 그 기준을 좀 더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완료 후에도 주기적인 시설관리 및 안전점검을 맡은 현대건설이 양천구 측이 하향 조정한 기준을 몰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천구청 측은 “합동운영이기 때문에 현대건설도 물이 50~60%가 차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당국은 결국 갑작스러운 폭우를 예상하지 못해 고립 사고가 발생한 게 직접적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현장 본부 관계자는 “폭우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해 고립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수구에는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물품도 구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설은 도심 저지대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상 저류조의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지상 수문이 열려 지하로 빗물을 내려보내는 구조다. 현대건설이 2013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준공을 앞두고 현재 양천구가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고립된 작업자 3명은 통상적인 시설점검을 위해 이날 배수구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현장을 방문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해 책임을 가리고 이런 사고가 더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현장에서 “다른 공사장에 대해서도 긴급점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