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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인공관절 수술 '생긴대로'가 좋아

[고인준·인용 교수팀, 무릎 인공관절삽입술 연구결과]

퇴행성 관절염 90%, O다리인데

무조건 1자형 인공관절 삽입땐

움직임 부자연스럽고 만족도 낮아

발병 전 각도로 인공관절 수술 필요

통증 예민하면 수술 후 6주 동안

둘록세틴 성분 약 복용하면 효과

고인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평성모병원고인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이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은평성모병원



사람의 90% 이상은 다리가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다. 흔히 ‘O자형(내반변형) 다리’라고 하는데 엉덩관절과 발목관절의 중심을 잇는 선이 무릎관절 중심보다 안쪽에 있는 경우다. 다리가 휜 정도가 심할수록 바깥쪽보다 많은 하중을 받는 무릎관절 안쪽 연골이 빨리 닳는다. 젊어서는 무릎 주변 인대 손상, 40~50대 이상이 되면 퇴행성관절염 등이 생기기 쉽다.

무릎관절 안쪽 연골이 닳을수록 엉덩관절과 무릎관절의 중심을 잇는 선이 엉덩관절과 발목관절의 중심을 잇는 선과 만나는 각도가 벌어진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한 O다리 노인은 이 각도가 15도를 넘는다. 이 정도는 아니어도 차렷 자세로 섰을 때 양 무릎 사이에 주먹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해 무릎 인공관절수술 10만3,100여건=무릎 연골이 다 닳아 통증이 심한 퇴행성관절염 말기 노인은 대개 인공관절수술(치환술)을 받는다. 손상된 무릎관절 뼈와 연골을 제거한 뒤 특수 금속과 플라스틱 재질로 된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10만3,100여건에 이른다.

그런데 지금 표준 수술법은 다리가 1자형으로 곧게 뻗은 노인이든, 약간의 O다리, 심한 O다리 노인이든 인공 무릎관절의 중심이 엉덩관절과 발목관절의 중심을 잇는 선에 오도록 ‘역학적 정렬’을 시킨다. ‘1자형(중립형) 인공관절수술’이라고 하는데 인공관절의 내구성이 떨어졌던 과거에 관절 안쪽과 바깥쪽에 동일한 하중이 가해지도록 함으로써 새 관절을 오래 쓰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외 의료계에서 무릎관절의 변형 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고인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인공관절수술을 받는 O다리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관절염이 나타나기 전인 30~40대 당시의 휜 각도(엉덩관절과 무릎관절의 중심을 잇는 선이 엉덩관절과 발목관절의 중심을 잇는 선과 이루는 각도)를 계산하면 대부분 3~5도 이하”라며 “이 각도만큼 휘게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을 하는 게 무릎관절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환자 만족도도 높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시신의 한쪽 무릎에 1자형 인공관절을, 다른 쪽에 맞춤형 인공관절을 적용하고 사람의 무릎관절을 빼닮은 기구에 장착해 무릎관절을 구부리거나 펼 때 넙다리뼈·정강뼈·무릎뼈 등 조직의 움직임을 분석, 맞춤형 인공관절수술을 한 무릎에서 자연스러운 무릎관절 운동이 재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강뼈 부위의 정렬을 약간 수정하면 안쪽 인공관절에 하중이 쏠리는 것을 피할 수 있음도 밝혀냈다.


반면 O다리 환자에게 전통적인 1자형 인공관절수술을 하면 인공관절의 운동역학이 수술 이전의 실제 무릎과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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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는 “환자 맞춤형 인공 무릎관절수술은 개개인의 무릎 형태와 인대 등 연조직의 긴장도를 유지해 보다 자연스럽고 실제 무릎에 가까운 운동역학을 재현할 수 있다”며 “국내외에서 공감하고 임상에 적용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고 했다.

◇통증에 예민한 환자는 수술 후 둘록세틴 성분 약 먹으면 통증↓=표준적인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무릎관절의 변형 정도와 상관없이 넙다리뼈(대퇴골) 아랫부분과 정강뼈 윗부분을 엉덩관절과 발목관절의 중심을 잇는 역학적 축과 수직으로 절제하고 무릎 안쪽과 바깥쪽에서 뼈를 잡아주는 인대의 길이를 같게 만들어주는 방법도 쓴다.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 인대의 균형·긴장도를 맞추기 위해 주로 안쪽 측부인대가 뼈에 붙어 있는 부위를 일부 뜯어내 길이를 늘려준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안쪽 측부인대의 길이를 늘리면 헐렁거리고 불안정한 부작용이 있어 최근에는 무릎 인공관절수술 의사 상당수가 이 인대의 긴장도(탄력성)를 유지하는 걸 선호한다”며 “수술 후 무릎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20~30%가 수술 후 기능평가나 영상의학적 소견은 정상인데도 만성 통증을 호소하는 이유와 해결책도 찾아냈다.

인용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이런 환자들은 장기간 퇴행성관절염을 앓는 과정에서 중추신경계가 통증에 예민해져(중추신경 감작증) 통증이 아닌 감각도 통증으로 느끼거나 약한 통증을 강한 통증으로 증폭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통증 예민도를 평가해 이런 환자에게 중추신경계의 하행 통증 경로에 작용하는 둘록세틴 성분의 약을 수술 후 6주간 먹도록 하고 수술 후 3개월까지 추적·관찰했더니 이 약을 먹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수술 2주 후부터 통증 완화는 물론 신체적 기능회복·감정·우울증 수치까지 현저하게 나아졌다. 종전에는 중추신경 감각 여부와 관계없이 약물을 복용해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고 교수팀은 연구결과를 유럽 무릎관절학회지·미국 정형외과학회지 등에 발표했으며 ‘우수 논문(Editor‘s Choice)’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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