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우’란 한 길을 우직하게 걸어온 배우 안성기가 ‘사자’에서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신부’ 역으로 돌아왔다.
순제작비만 115억 원을 들인 ‘사자’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만 남은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자신에게 특별한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안성기 외에 박서준 우도환 등이 출연한다.
데뷔 62주년이 된 안성기는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신부 역으로 출연했다. 목숨을 걸고 악의 존재를 쫓는 인물 ‘안신부’는 ‘용후’의 멘토이자 아버지 같은 따뜻한 매력까지 지니고 있다.
‘사자’를 통해 3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안성기는 “ ‘사자’를 통해 어린 친구들과 아직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기대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영화를 해야겠다 는 마음이 커진 것. 앞서 안성기는 한 프로그램의 게릴라 데이트에서 한 중학생이 자신을 향해 ‘김상중 아니냐’고 말해 충격을 받았던 일화를 고백해 웃음을 안긴 바 있다.
워낙 겁이 많아 구마의식이 나오거나 무서운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밝힌 그는 “‘사자’는 무섭다기보단 재밌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오랜 가톨릭 신자인 안성기는 “구마의식이라는 게 어떤 형식이나 답이 없기 때문에 현장 분위기와 상황에 맞게 했다”고 밝혔다.
안성기는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사제 ‘안신부’를 위해 촬영 두 달 전부터 라틴어 대사를 준비했다. 강한 신념과 의지로 모든 것을 걸고 구마 의식을 행하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안성기의 노력 덕분에 그 장면은 단 한 차례의 ‘NG’ 없이 촬영했단다. 그는 “문법 등을 공부할 여유와 그런 시간이 안 되더라. 한글로 다 써놓고 무조건 외웠다. 우리말로 쭉 외웠는데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라틴어 대사를 되뇌었다”고 전할 만큼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라틴어 대사를 완벽히 구현한 안성기에 대해 김주환 감독은 “라틴어 대사를 완벽히 체화하셨다. 현장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라고 전한 바 있다.
안신부는 소리지르면서 싸우듯이 라틴어를 선 보인다. 그는 “ ‘안 신부’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결국 라틴어 밖에 없더라. 그래서 라틴어를 주문처럼 외우는 게 아니라 부마자에게 쏟아붓듯이 싸우듯이 질렀다”고 설명했다.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매력을 지닌 안신부는 실제 안성기와 닮은 부분이 있다. 그는 “다른 무서운 영화들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가는데, 이 영화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며 영화의 적절한 유머코드에 만족감을 보였다.
“아무리 안 신부쪽으로 가도 제 모습이 있을거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 외에 풀려있는 부분은 다 제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유머를 제가 좋아하는 편이다. 박서준씨랑 자장면 비닐을 여는 장면은 ‘신나더라’ ”
올해 데뷔 62년차 노장배우다. 한국영화사 100년을 관통하며 산 역사로 알려진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체력 관리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력과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쓰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빼놓지 않는다.
“62년 정도 연기를 했으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지란 욕심보다는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이 좋다. 체력을 가지고 있어야, 에너지를 줄 수 있기에 운동을 한다. 사실 밥 먹듯이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옛날 사람들은 먹고 나서 사냥하러 다녔다. 그러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엔 사냥하는 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이 따로 있다. (나는)먹었으면 운동해야 한다는 그런 느낌으로 운동을 해오고 있다.”
그는 좋아하는 영화를 오랫동안 하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라는 말 보단 ‘준비’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배우가 “준비만 돼 있으면 누군가 궁금해서 만났을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한 것. 그런 준비도 없이 배우가 ‘방전’ 돼 있는 상태로 누군가를 만난다면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안성기 배우의 선하고 곧은 눈은 그가 걸어온 60년이 넘는 시간을 돌아보게 한다. 그가 늘 가슴에 새기고 있는 말은 ‘착하게 살자’이다. 자신의 두 아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 역시 ‘착하게 살자’였다.
“나이가 들면 복잡한 눈이 된다. 다양한 감정이 다 섞여 있으니 단순하지가 않다. ‘착하게 살자’란 생각을 많이 한다. 주변이 어떻더라도 착한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오래 오래 현장에서 나이 들고 싶어하는 배우. 안성기의 “꿈은 계속해서 좋은 영화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영화 현장을 지키고자 하는 커다란 ‘꿈’을 이야기했다.
“난 영화 하는 걸 너무나 좋아한다. 물론 나 혼자만 좋은 게 아니라, 보는 분(관객)들도 좋아야 하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좋은 상태가 되어야 한다. ‘선배님, 여기 있어주세요’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 상황이 맞지 않는다면 그만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이번 ‘사자’로부터 새로운 시작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