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고 관광·식품 분야의 안전조치를 확대하는 맞대응 카드를 꺼냈다. 일본 후쿠시마 농산물 수입을 직접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해 이달 하순부터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해당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대응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규제 및 보복조치 관련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눈에는 눈’ 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통해 일본 등 29개 국가에 포괄수출허가를 내주고 있다. 정부는 특히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사항인 관광·식품·폐기물 등의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높일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재 전략물자 관련 수출입고시에서 ‘가’ ‘나’ 지역으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고, 일본은 현재 ‘가’ 지역에 해당되는데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에 다른 절차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다음주 초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관련되는 전략물자 수는 1,194개이며 정부는 이 중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일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경우 공급 차질 등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159개 전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보세구역 내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수입신고 지연에 대한 가산세를 면제해주는 등 대일의존도, 파급효과, 국내외 대체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해 밀착 대응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물량 및 대체수입처 확보를 지원하는 등 기업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인다. 수출규제 관련 품목 반입 시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체제를 가동하고 일본의 수출통제로 대체국에서 해당 물품이나 원자재를 수입할 경우 기존 관세를 40%포인트 내에서 경감해주는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피해기업에 대해서는 대출·보증 만기연장을 추진하고 최대 6조원의 운전자금을 추가 공급한다.
중장기적 대책으로는 대일의존도를 낮추고 체질 개선을 위해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다음주에 내놓기로 했다. 주력산업 공급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등에 매년 1조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고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더불어 소재·부품·장비산업 R&D와 함께 해외 핵심기술 확보, 해당 전문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별도의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해외 M&A 인수금융 지원, 소재·부품·장비 M&A 세제지원도 적극 확대한다. R&D와 관련해서는 핵심 원천소재의 자립역량 확보를 목표로 R&D 투자전략 및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별도 종합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를 신설하고 오는 2021년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특별법은 상시법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수출규제 대응이 필요한 업체에 대체제품 R&D 등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한시적으로 화학물질 등의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특별연장근로 인가 및 재량근로제 활용을 높일 방침이다.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 대상도 넓힐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번 조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양자협의 재개를 촉구하는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대외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함께 주요국가와 국제기구에 대한 아웃리치(대외접촉) 등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국제공조에도 속도를 낸다. 통상당국은 분쟁 돌입 시 예상되는 쟁점을 꼽고 쟁점별 유불리에 대한 검토까지 마친 상태다. 홍 부총리는 “이번 사태의 시작도 책임도 모두 일본 정부에 있는 만큼 일본은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들을 조속히 철회하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정순구·김우보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