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3일 “일본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며 “우리는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일 일본이 감행한 2차 경제보복 조치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임시 국무회의는 99일 만에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은 5조8,269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배정계획안 심의·의결을 위해 열렸다. 하지만 이 총리는 전일 일본이 강행한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가) 한국 제외 결정에 따라 범정부적 노력과 결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각 부처 장관 및 일선 공무원까지 비상한 각오로 현 상황에 임할 것을 주문했다.
李총리 “日, 세계무역규범·안보 공조 위협”
이 총리는 “어제(2일) 일본 정부는 백색국가, 즉 수출심사우대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각의에서 결정했다”며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이은 두 번째 보복”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WTO(세계무역기구) 등이 정한 국제 경제 규범을 준수한 결정이라고 강변했지만 이 총리 역시 다시 한번 ‘보복성 조치’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 총리는 “일본의 잇따른 조치는 한일 양국, 나아가 세계의 자유무역과 상호의존적 경제협력체제를 위협하고, 한미일 안보공조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처사”라며 “일본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 우리는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 및 이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도 설명했다.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통해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대기업·중소기업 협력적 분업체계를 강화해 한국 제조업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또 결국 이는 청·장년 일자리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이 총리는 내다봤다.
이 총리는 이런 점에서 이번 추경에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소재·부품 기술개발과 관련 기업 자금 지원 등에 쓰일 2,732억원이 대표적이다.
제조업 육성·솔직한 정부·외교적 노력 약속
내각을 이끄는 총리로서 한일 갈등 국면을 반드시 넘겠다는 정부의 각오도 재차 알렸다.
이 총리는 ▲정교한 후속계획 수립과 범정부적 협업을 통한 계획 이행 ▲기업 및 관련 단체 등과 상시 소통 및 협력 ▲신속하고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통한 효과 극대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예산 적재적소 투입 ▲내년 예산안에 부품·소재 산업 강화 사업 반영 ▲충분하고 솔직한 대국민 설명 및 정보 제공 ▲국제사회와 소통 및 외교적 협의를 위한 노력 등을 다짐했다.
이 총리는 “일본이 이 무모한 조치를 하루라도 빨리 철회하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하겠다”며 “이번 추경에는 경기대처, 민생안정, 안전강화, 미세먼지저감 등의 사업도 포함됐다. 그런 예산도 최대한 신속히 집행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日, 2일 추가경제보복…韓 “다신 日에 안 진다”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오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주재로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 목록)에서 배제하는 법령 개정안을 처리했다. 각의 결정 후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대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로 인해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은 기본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됐던 27개국 중 ‘제외’를 결정한 국가는 우리가 처음이다.
이에 한국은 즉시 일본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2시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이어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일본 대사를 초치해 더는 일본을 우호국가로 여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외교적 해법을 찾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도 일본이 끝내 경제보복을 강행한 것을 성토하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김 차장은 이날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청와대가 안보협력 파기라는 ‘맞불’을 거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