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정책 관련 갈등 축이 ‘업종·규모·국적별 차등적용’으로 옮기는 모양새입니다. 비록 2020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의결되며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서긴 했지만 경영계에선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논의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최저임금 차등적용’ 관련 행동에 나서는 건 소상공인연합회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관에 나와 있는 ‘정치 참여 금지 조항’을 없앴습니다.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안을 수용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달 중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명분으로 대대적으로 결의대회를 연다는 방침입니다.
◇“2021년도 최저임금 제도개선 먼저 해야”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측은 지난 1일 논평을 내고 “이제는 경제·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최저임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노·사·공 모두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최저임금 제도개선’은 △업종별 차등적용 의무화 △규모·지역별 차등적용 허용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 등으로 요약됩니다.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씩 오르면서 기존 제도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사용자위원 측은 “최저임금 수준이 낮았을 때는 제도의 불합리성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으나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상대적 수준도 중위임금의 60%를 넘어서 세계 최상위권에 도달하면서 제도적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사용자위원 측은 박 위원장에게 “약속을 이행하라”며 촉구하는 모양새입니다. 박 위원장은 ‘제도개선 전문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사용자위원에게 제안한 바 있으며, 이를 믿었기 때문에 사용자위원들이 제 8차 전원회의에 복귀했다는 설명입니다. 사용자위원 측은 “이제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추진에 대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본연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약속을 이행해야 할 때”라며 “2020년 적용 최저임금까지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기존 제도 하에서 결정되었지만 2021년 적용 최저임금부터는 반드시 제도개선 후에 논의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2년 연속 집회 나서는 소상공인연합회
이와 관련해 당장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번 달 중에 대대적으로 집회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번 달 중순엔 전국 5개 도시에서 지역·업종별 규탄대회를 연 이후 서울에서 마무리 집회를 여는 방식입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 올해 ‘사용자’ 측에서 직접 행동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집회’를 여는 건 올해가 두 번째입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7월 2019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이후 “최저임금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며 대대적으로 반발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집회를 열며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 등을 요구했습니다.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이라는 표현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여론전’을 펼치는 과정에서였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 관련 요구 무산을 명분으로 정관에 나와 있는 ‘정치 참여 금지 조항’을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종 승인이 필요해 실제로 정관이 바뀔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정관을 바꿀 수 있느냐가 아닌, 공개적으로 ‘정치화’ 시그널을 꺼냈다는 점입니다. 이 시그널을 바탕으로 소상공인연합회도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과 관련해 목소리를 세게 낼 수 있고, 동시에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 담론을 ‘존재감 부각’에 활용할 수도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 규모별 차등적용 논의를 이용해 ‘소상공인도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입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달 10일 열린 연합회 1차 임시총회에서 “소상공인이 처한 직접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를 노동자에 서서 외면하면서 소상공인은 갑을병에서 병 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됐다”며 “유일한 방법은 소상공인이 결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