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총기난사 사건을 불러왔다?”
텍사스주 엘패소에 이어 오하이오에서도 총기 사건이 벌어지자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사진) 대통령의 책임론이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주의를 묵인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언행을 해왔기 때문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총기난사 사건이 정치권의 이슈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민주당 주자들이 더 엄격한 총기규제를 요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갈등 부추김을 비난하면서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고향이 엘패소인 베토 오로크 전 하원의원은 이날 CNN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인정한 인종주의자이고 이 나라에서 더 많은 인종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코리 부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포와 증오, 편견을 조장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든 증거는 우리가 인종주의자이자 백인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외국인 혐오자 대통령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가세했고,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우월주의를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 논란을 촉발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 흑인 중진인 일라이자 커밍스(메릴랜드) 하원의원을 향해 ‘잔인한 불량배’라고 공격하면서 “커밍스의 지역(볼티모어)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 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막말 수준의 언사 수준을 쏟아냈다.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사태의 책임을 백인우월주의자에게 분명히 돌리지 않은 채 ‘양쪽 다 나쁘다’는 식의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가 공화당 내에서조차 반발을 초래하는 등 엄청난 역풍에 직면했다. 작년 10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유대교 회당에서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진 사건이 생겼을 때도 평소 선동적 언어가 우파 극단주의자를 부추겼다는 비판론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증오는 우리나라에 발붙일 곳이 없다. 우리는 (총격 참사가) 멈춰지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이번 총격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총격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연방수사국(FBI) 및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 뉴저지주의 한 골프장에 머물렀으며 지난 3일 이곳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 참석해 신부 옆에 서 있는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올라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