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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윤한빛 “일에 열중하는 건 내 인생을 마음껏 즐기는 것” 최연소 여성 최고기술책임자를 만나다

CX Unicorn 최고기술책임자(CTO) 윤한빛 인터뷰




CTO는 Chief Technology Officer의 줄임 말로 최고기술책임자를 뜻한다. CTO는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관리, 획득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총괄하며 그와 관련한 유용한 정보를 CEO에게 조언해준다. 내부기술개발이라는 협소한 관점의 관리자가 아니라 공공연한 기술적 책임을 부여한 전사적 차원의 경영자이다. 기술의 변화속도가 빨라지면서 CTO의 역할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식백과 시사경제용어사전)

현재 두바이에 위치한 아랍에미레이트의 CX Unicorn 기업에서 CTO로 활동중인 윤한빛 (23)은 인공지능을 만들고 개선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회사의 이례적인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향수병에 잠시 시달린 시기도 있었지만, 주어진 상황과 일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의 개발 성과가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낀다는 그녀다. 젊은 나이 일에 열중하는 것은 청춘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인생을 마음껏 즐기는 거라고 말한다.

다음은 윤한빛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CX Unicorn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맞고 있는 윤한빛 입니다. 저희 CX Unicorn은 두바이에 위치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로 크게 테크놀로지와 마케팅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저는 테크놀로지 해당 부서들의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 컴퓨터 개발자로 특히 인공지능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건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흔히들 알고 계시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핸드폰 어플, 그리고 웹 개발 등의 개발과 연구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 제 전문분야는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을 만들고 또 개선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람처럼 생각하는 뇌를 만들어 내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편하실 것 같습니다. 뇌가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기억을 저장하고 판단을 하게 하는 것처럼, 저는 코드로 그 뇌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사람이 보이고 들리는 것을 뇌로 전달해 생각하고 액션을 취하는 것을, 저는 기계의 카메라 그리고 마이크가 모은 데이터를 소프트웨어로 연결해 그걸 이해, 판단, 그리고 다음 액션을 스스로 결정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좌뇌가 발달한 사람, 우뇌가 발달한 사람이 있듯이 인공지능도 알고리듬마다 각자 개성이 있어서, 사용자/프로젝트에 따라 적합한 인공지능을 만듭니다. 사용자/프로젝트에 따라 분석과 계산을 만을 위한 기계적인 차가운 인공지능만이 아니라 교육과 학습을 위한 다정하고 재치 있는 인공지능과 같은 그에 적합한 알고리즘을 또한 개발하고 있습니다.

▲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저는 대학입학 당시 코딩을 해본 적이 없는 문과생이었습니다. (웃음) 대학에서 선배의 추천으로 컴퓨터 공학 강의를 들었는데 순식간에 컴퓨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더욱 행운인 건 그 수업을 가르치시던 Brian Chen 교수님께서 저의 엔지니어로서의 가능성을 알아 봐주셨고, 과감하게 바로 다음 학기에 1학년이었던 저에게 조교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던 것입니다. 그 밖에도 커리어를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 주셨고, 그 후 저는 원하는 분야의 소프트웨어 공부를 위해 다른 대학으로 편입을 하며 엔지니어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 만 23세 최연소, 여성 CTO…대단한 이력이다.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고 회사의 이례적인 임원이 된 만큼 오픈마인드를 가진 CX Unicorn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쑥스럽고 민망하지만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여성 엔지니어로서 해외 기업의 CTO로 활동할 수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반대로, 힘든 점은 없었나?


일반사원으로 입사해서 책임자 자리까지 올라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회사와 다른 직원들에게 인정받기까지도 힘들었지만, 저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젊은 여성 엔지니어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를 봐야 했기에 홀로 두바이에서 향수병을 견뎌내며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컴퓨터와 함께 했습니다. 이 분야 특성상 모든 것들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출근 전후로는 논문을 읽으며 연구를 하고 그걸 토대로 회사에서는 바로 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갔습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지만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것,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나태해지지 않는 것, 그리고 또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저에게 제일 힘든 부분이었고 아직까지도 매일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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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제 하루는 집 문밖을 나오면서부터 시작이 됩니다. 출근길에 차에서 뉴스 브리핑을 듣고 그날의 일정을 확인합니다. 회사에 도착하면 모든 프로젝트의 진행현황을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오늘의 또는 이번주의 목표를 정한 후 결재 서류들을 검토하는 이 아침 루틴이 끝나고 나서는 날마다 다른 하루를 보냅니다. 일정이 많은 날은 하루를 업무회의나 컨퍼런스 콜을 하며 보내고, 회의가 없는 날은 프로그래머의 본업인 코딩에 집중을 합니다. 퇴근 후에는 저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편입니다. 최근 그렇게 혼자 연구하다 답답하거나 머리가 아프면 운동을 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 내일 할 일을 정리해 일정표에 적고 나면 하루가 끝이 납니다. 조금 지루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나름대로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면서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 지금까지 해봤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에서 보조 연구원으로 일했던 경험입니다. 당시 평일에는 뇌과학연구소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조기진단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연구하고, 주말에는 대학병원 소아병동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 때 경험이 저에게 큰 변화를 준 것 같습니다. 이전의 저는 개발에 있어서 사람보다는 우수한 기술 그 자체를 중요시했지만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가치관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알고리즘을 테스트하기 위해 수집된 데이터 속 수 많은 아이들의 MRI를 보며 마음이 아팠고, 실제로 소아 환자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이 연구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희망의 빛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개발하는 게 환자들을 간접적으로라도 도울 수 있음에 감사했고, 이 계기를 통해서 사람을 위하고 또 돕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초청돼 미래 인공지능, 로보트 등 혁신적 발명을 의논했다고 들었다. 미래 과학 산업을 전망한다면.

이번 라디오 방송에서 미래의 의료 기술을 중점으로 다루었는데, 저는 신의료기술이 의학계를 크게 발전시킬 거라고 예상합니다. 저는 미래의 기술이 의사를 대체하기 보다는 인간 오류를 방지하고 의료사고율을 낮추는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현재 많은 병원들이 환자의 진단을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나아가 환자의 의무 기록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여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 병 발병 전에 방지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외과뿐만 아니라 정신과에서도 인공지능의 감정분석과 정서분석을 통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자세히 파악하는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외과 수술 실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해부용 시체 부족은 의료인들이 겪는 고충입니다. 미래에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활용하여 수술 실습 시간 이외에도 자유롭게 연습을 하며 수술 실력을 쌓는 것이 대중화되면 자연스럽게 의료사고율도 낮아지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첨단 의료기술들의 상용화가 기대가 됩니다.

▲ 이 쪽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다. 미래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꼭 필히 다른 사람의 코드를 공부하세요. 자신이 쓴 코드만 보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코드를 분석해보고 또 응용시켜 보세요. 저는 잘 쓰여진 코드를 찾은 후 처음에는 비슷하게 써보며 다른 프로그래머의 개발 방식과 코드 구조를 터득하고, 그게 익숙해지면 그 코드를 저만의 방식으로 응용을 시키는 것을 반복하는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됐습니다. 같은 문제라도 답을 푸는 방식은 여러 가지고 다양한 접근방법을 접하다 보면 더 좋은 코드를 쓸 수 있는 역량이 향상될 것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저의 계획은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의 삶의 방식을 유지하며 진전하는 것입니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항상 준비된 자세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저와 비슷한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젊은 나이에 일에 열중하는 것은 청춘을 흘려보내는 게 아니라 우리만의 방식으로 마음껏 즐기고 있는 거라고, 그러니 불안해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세요.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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